나의 이야기

아이와 부모..

두부장수종치네 2011. 9. 26. 17:09

 

오늘 우연히 친구 블러그에 들어가보니 아이들 걱정때문에 가슴아파하는 포스팅한 글을 보았다.
나역시 오랜 시간 아이 때문에 마음 조리고 가슴아파 했었던 기억이 난다.
못난 아빠때문에 실망하여 집을 나간 아이를 찾아다니며 눈물 지었던 기억도난다.


지금은 지나간 과거가되어 있고 자기 인생의 한 몫을 감당해내는 아이가되어 당당함으로
내곁에 남아있지만 생각해보면 그때는 어찌할 지를 몰랐던 일들이 떠오른다.
방황후에 아이가 돌아와 검정고시를 봐서 합격했던일..그리고 대학에 합격했던일..
바로 어그제일 같은데 벌써 일년이 지났다.
그때 아이에게 보냈던 글이 마침 있어 그때를 잠시 회상해본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 글한번 읽어볼래?
제목은 꽃잎이 지는 이유라는 詩 다..


석류나무는 절대로 저 혼자 자라지 않는다.
그걸 보고 사람들은 말한다.
석류나무는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함께 자란다고.
키가 고만고만한 여린줄기들이 나무 밑동에
오종종 모여 있는 석류나무를 보는 일은 때로 슬프다.
 

먹여 살려야 할 식솔이 많이 딸린 가장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새끼들은 어미의 뿌리에서 나온 것들인데,
어미가 취해야 할 양분을 빨아먹고 자란다.


인간 세상이든 나무의 세상이든 도대체 자식들이란
그렇게 " 싸가지없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어미 석류나무한테서 실한 열매를 얻으려면 그 어린것들을
이따금 잘라 주어야 한다. 매정하고 아까운 일이지만 할 수가 없다.


석류꽃도 그렇다. 여름날 석류나무 아래 한번 가서 보라.
꽃받침에서 떨어져 나온 석류꽃들이 무수히 떨어져 있을 것이다.
만약에 꽃이 하나도 떨어지지 않고 그게 모두 주먹만한 열매를
맺는다고 생각해 보라.


나무는 괴로울 것이다.
나무는 너무 괴로워서 서 있지 못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땅바닥에 떨어져서 말라 가는 석류꽃들은
생존 경쟁에서 뒤진 못난 꽃들이 아니다.
땅에 떨어진 석류꽃들은 가지에 남아 있는
석류꽃들을 위해 흔쾌히 떨어져 준 것이다.


가을날 입을 쩍 벌리며
알을 내뱉을 석류를 위해 사라져 준 것이다.
땅에 떨어진 석류꽃들 때문에 석류는 열리는 것이다.


안도현이라는 시인을 들어 본적 있니?  모른다고?
그러면 연탄 길 이라는 책은 알지? 그 책 머릿말에 보면 이런 시가 있단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적이 있었느냐고..하는 글..


아빠의 기억이 맞는지 모르지만 언젠가 이 산문집을 읽다가 인생 헛살았다는
자괴감이 들어 몇 날 몇 일을  마음 추스릴수가 없었단다.
그건 그렇고 뜬금 없이 이 산문집를 왜 옮겨 놓았느냐고 묻고 싶겠지?
그것도 하필이면 꽃이 지는 이유 라는 제목 의 산문집 詩 를..


내용 중에 있듯이 자식들이란 그렇게 싸가지 없다는것을 타박을 하기 위해 그런것도 
이 詩 전체를 통해 훈계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란다. 이 시에서 말하는건 희생 이나
수고 없이 얻어지는것은 아무것도 없다는것을 표현한 내용을 알려주려 한 것 뿐이란다.


네가 공부 힘들어 하는것도 알고 아빠 일이 잘못돼 예전과같이 뒷받침이 어렵다는 것도안다.
흔히들 말하듯이 다 잘 되기 위해서라는 상투적인 말은 해주고 싶지 않아..
살아가는것 자체가 공부 하는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아빠가 네게 바라고 싶은것은 단순한 지식이나 이익을 얻기 위한 공부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는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혜나 사람을 얻는 공부를 해달라는거다.
단순한 지식이나 이익을 얻기 위한 공부를 한다면 모르긴 해도  부자 되는거
어쩌면 얄팍한 잔머리와 적당히 속임수를 눈감아 준 댓가로 네게 富를 충족시켜
줄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먼저 그것부터 배우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것 같아.


그래서 그렇게 사는건 아름답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싶고.
아빠는 네가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냥 네게 대화하고 싶어
이런 글을 남기는 거라 생각해줬음 좋겠다.  이것 역시 나이든 사람 혹은 부모입장에서
네게 해주는 훈계 같은 느낌이라면  한번 읽고 덮어버리면 그만일 수도있어.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인정한다.
요즘은 개천에서 용나는 세상은 분명 아니라는 것도 아빠는 인정한다.
노력한다고해서 무엇이든 다 잘되는 현실은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그렇다고 현실 비관적인 것만이
세상을 바로 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부모가 용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적어도 그 용이되기위한 여러가지 환경은 필요하지만 그 환경외에 네자신이 어떤마음을
가지고 그 환경을 이겨내는가에 따라 용은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아빠가 네가 아주 훌륭한 용이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꼭 그런 용이되어 아빠를 흥분되고 즐겁게 해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혜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어도 용은아니어도
나중에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라는 얘기는 스스로 만족하며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지혜나 사람의 마음을 얻는것은 희생이나 참다운 수고 없이 얻어질수 있는것이 아니라는것을 알아야 한다.


말이 너무 길었지?
오랫동안 너와 아빠는 서로의 입장만 견지를 해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건 순전히 아빠의 부족한 탓이라는걸 너무나 잘 알고있다.
네게 펼쳐질 앞으로 미래에 대한 설레임이나 즐거움을 만들어 주지 못했으니
무능한 아빠라는 생각에 서글퍼진다.


미안하다 ..아들아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너를 위해서라면 나는 당장 지는 꽃잎이 되어도 좋고, 흙이 되어도 좋단다
왜냐구..나는 네 아빠이니깐....


이하 중략....


이렇게 길게 써내려간 편지를 써서 전했던 생각이 난다.
아이가 스스로 자성하지 못할때 어떡해야 하는 것인지 알지 못할때 정말 답답하다.
아마 그분도 그때의 내 심정과 조금도 다를바가 없을 것이다.
부모란 그래서 늘 가슴에 공백이 있는 존재가 아닌가싶다.

혹 블러그 친구도 이 포스팅을 보고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 글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