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정리...
빛깔 곱게 익은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내 방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책들을 보면
누구에게라도 소박하고 훈훈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만큼 자랑스럽다.
내삶이 휴지처럼 구겨졌을때도,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때도, 내가 바보처럼 생각없이 살때도,
알량한 자존심때문에 마음앓이를 할때도 내곁을 지켜주던 책들..
책을 무지하게 읽는 독서광도 아니고 책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랑질이다.ㅎㅎㅎ
어제는 책장을 한 번 뒤집었다.
책장이라고 할 것도 없는.. 이사 몇번에 버릴만큼 버렸다고 생각했기에 더이상
버릴것도 없고, 챙겨질 것도 없건만 정말 할 일이 없을 때, 혹은 답답할 때,
벽을 쳐다봐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때.. 그럴때마다 한 번씩 책장을 뒤집곤 한다.
요즘 내 건강문제도 복잡한데 일을 해주고 수금을 제 날자에 하지못해 광고주와
무언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 "을"의 입장이다보니 선처만 바라고 끙끙댈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이 정말 자존심 상한다, 무슨 빚 받으러 가는 사람도 아닌데 날보면 인상부터 쓴다.
정말 광고회사 안하겠다 생각하고 막보기로하면 요절을 내겠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최대한 웃는 얼굴로 담당 임원을 대하자니 앞과뒤가 틀린 행위에 익숙지못한 나로서는
얼굴에 그 상황이 다 읽혀지는듯 하다.
그러고 한주일을 지내고 내일 또 그 상황에 맞닥뜨릴 생각을하니 괜히 울컥하는 마음에
화풀이하듯 얼마되지도않는 책장의 책을 뒤엎고 정리를 했다.
그리고 역시나 우울할 때는 이런 노동이 최고다...
책장의 정리처럼 내 기억들도 몇개의 덩어리로 묶어 놓을 수 있다면 좋겠다.
작가별, 출판사별, 시대별, 장르별... 뒤집을 때마다 그간 잊고 있었던 책들을 찾게 된다.
어제는 작가별로 뒤집어봤다. 책의 뒷장 혹은 앞장에 남겨놓은 코멘트를 읽는 것,
사이사이 메모해 둔 것들과 땡기는 부분을 표시 해둔 것들, 간혹 발견되곤 하는 만원짜리..ㅋㅋ
지나온 흔적들을 뒤집어 보는 것, 변해온 나를 확인하는 것...그 때의 희열이란...
책을 읽다보면 본의아니게 헌책방을 다니게 되는데, 타인의 흔적을 훔쳐보는 것 또한 아주 짜릿하다.
물론 요즘은 인터넷 헌책방이 있어 신간 비슷한 것도 싸게 구입을 할 수가 있어 왠만한 책은
조금 기다렸다 사는 약은 수를 쓰기도한다. ㅎㅎ
헌책방에가서 책을 구입하다보면간혹 눈물 젖은 연애편지들도 나오고,
애잔한 사연들이 적혀있기도 한다. 물론 아주 가끔 돈도 나온다..힛~
초판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 그건 죽음이고..호...비오는 날의 헌책방..
그 안에서의 차 향기..캬~~ 블러그 친구들도 새책을 사는것도 좋지만 헌책방에 한번씩 가봤으면 한다.
책은 절대로 빌리지도 빌려주지도 않으며 버리지도 않는다는 나의 오랜 습성을 우리 어머니는
이해 못해 작작 책좀 밝히라고 뭐라하시지만 꿋꿋히 버티고 버티다 망한 집구석에 책만 쌓여있다는
소리를 듣고 이사 두번에 눈물를 머금고 엄청난 분량의 책을 버렸건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사온지 일년 넘어서면서 쥐꼬리만한 방에 산만하게 책들이 펼쳐져 있는것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오기 시작한다. 나의 작은 소원이기도 하지만 넓은 집으로 이사 가서
방안 네면 가득 책장을 놓고 버젓이 책을 꽂아두고 그동안 한서린 책장정리를 다시금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