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마지막 날에 두개의 해..
하루일를 끝내고 귀가길에 차를 타면, 올림픽대로 강변 위에 호들그레 떠 있는
분홍빛 저녁해를 보게된다. 아침의 해와는 그 색채나 표정이 전혀 다르다,
아침해에는 뜨거운 생명의 정열이 담겨 있는데, 저녁해에는 투명하게 정화된
명상의 고요가 깃들어 있는 느낌이 든다,
하루 일을 끝내고 피곤한 심신을 이끌고 귀가길에 접어든 나를 살포시 맞아주는 것
낙조의 투명한 색채의 아름다움과 만나면 나는 남모르는 미소로 내 존재에 손짓을 해 본다.
하루를 시작하는 삶의 길섶에서 만난 아침해와 나의 하루를 끝내는 삶의 길섶에서 또 나를 맞아주며,
하루의 일과 동안 잊어버렸던 내 존재의 모습과 소리를 다시금 내 두뇌와 내심장에 되돌려 주는 것 같다.
올림픽대로에서 보여지는 둔치의 꽃나무와 잔디, 그리고 집으로 들어가면서 보이는
조금은 답답해보이는 꽉 막힌 빌라촌들의 솟아있는 지붕들, 그 너머 자욱한 산봉우리들,
풍경은 계절에따라 그 인상이 다채롭고 또 날씨나 햇살의 심도에 따라 변화 무쌍한
표상을 창출해 내는 듯하다. 오늘 저녁부터 비가온다 해서 그런지 도시 전체가 무언가
음모를 꾸미는 듯 조용하게 내 등뒤로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바쁜 일상이랄것도 없지만 일상을 마친 지금, 글 한줄쓰는 이시간...
내게는 고요한 사색의 시간으로 소중하게 내안을 담아볼 수 있어 좋은 느낌이다.
이런 시간조차 내게 허락 하지 않았다면 참으로 힘에겨워 마음에 부담을 많이 안고
살았을지 모르겠다.
동쪽 하늘에 덩그러니 떠 있는 아침해를 볼 때면 나는 내 삶의 탄생을 느끼게되고
좁고 어둑한 빌라촌에 펼쳐진 길, 그리고 아차산과 강북강변과 올림픽대로로
이어지는 다리의 강변 풍경... 차를 타고 가면서 늘 생각하는건 아직은 살아볼 만한
세상이구나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귀가길 강변의 서쪽 하늘에 떠 있는 저녁해를
볼 때면 내 삶의 귀의를 의식하게되는 종교심까지 갖게된다.
이유가 많고 설명이 많은 사람들의 잡다한 욕망과는 대조적으로 본질적인 섭리를
유유히 지키며 그 다채로운 색채의 표정을 보여주는 자연은 내가 위태로운 현실의
극한 상황에 서 있게 될 때마다 나를 구해준 좋은 친구가 아니였나싶다.
6월의 마지막째주 금요일 저녁.. 또 다시 한달를 지냈구나 하는 안도감과 또 다시
다가오는 7월의 폭염을 여유있게 벗어날 수 있도록 기도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