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납량특집..

두부장수종치네 2012. 7. 2. 17:33

 

 

7월 시작입니다.
여름의 시작이죠.. 여름이 시작된다는 것은 목덜미 서늘한 이야기로 더위를
쫒아내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지요. 누구나가 다 하나씩 귀신 본 경험부터
귀신에관한 이야기를 알고 얘기도 할겁니다.


7월의 첫날부터 왠 귀신 얘기를 하느냐고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주 오래전 일인데 공동 묘지에서 밤을 샌 기억이 갑자기나서요.
절대 도굴은 아니구요..  야외 촬영이 있었는데 하필 가까이에 공동묘지가 있다보니
그곳에서 촬영을 할 수 밖에 없었지요.


첨에는 무덤 근처에서 밤을 샌다는것 땜에 좀 꺼림칙한게 있었는데..
그 꺼림칙 한 이유는 배가고파 그랬던 것 처럼 밥을 먹으니 사라지더군요.
근처 식당에서 밥을 시켜 같이 일하던 스탭들과 쭉 둘러 앉아 먹는데 갑자기 비빔밥 생각이..
그래 커다란 양푼을 빌려 거기다 몽땅 다 털어넣어 낄낄대며 배부르게 먹고나니..
어느새 해는 늬엿늬엿..지고... 정말 밤새 무덤 사이를 뛰어 다니며 일을 했었더랬습니다.

 

그러다 지쳐 누구의 무덤인지도 모르겠지만..
봉분에 기대어 잠시 밤 하늘을 올려다 보았죠..
하늘엔 비가 오려는지 별빛 하나도 새어 나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잠시 눈을 붙였죠.


그때 나는 알았습니다..
무덤의 봉분이.. 그리고 그 많은 무덤들이 그렇게 편하다는걸...
영화에서 나오는 음산함이나 공포는 없었습니다.
내겐 오직 더 할나위 없는 편안함 뿐이었습니다.


일하던 어떤 스탭 한분이 그러더군요.
공동묘지란 사람들이 마지막 자는 곳이기 때문에 편할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곳의 영령들이 사람을 지켜준다고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솔직히 무덤에 대한 공포가 아주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서는
귀신에대한 공포도 마찬가지로 아주 크게 작용하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믿는 종교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밤을 꼬박새우고..
새벽이 되어..
무덤입구에 있는 널판지에 길게 몸을 뉘었습니다.


달콤한 잠이 잠깐 들었을까?
갑자기 내린 소나기가 내 잠을 깨우더군요.
그렇게 그 여름날의 무덤에서의 하룻밤은 저에게 다른 느낌으로
각인 되었던 기억이 새삼 오늘 따라 드네요.


이런 말을 주저리 하게 된 까닭은..
이제 여름이니 납량 특집이니 뭐니 하며
또 무덤이란 존재가 공포로 다루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얼핏 들어서...
내 경험상 그게 아니었다고 얘기 하고 싶어서 ㅎㅎ...
7월 첫주부터 실없는 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