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 독백..

두부장수종치네 2012. 11. 13. 18:54

 

 

은행잎과 단풍이 한창일 때 역광에 서면 나뭇잎을 햇살이 투과해 황홀한 빛이된다.

그 샛노란 빛 속에 서면 세상 모두가 찬란한 환상에 빠져들거 같아 넋이 빠질것 같다.
11월의 만추.. 마음 텅빈 자리는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얼굴 없는 바람이 차지하고
베어져 난도질 당해 눕혀진 자존심은 아프고 쓸쓸하다.

 

하오의 햇살을 받으며 팔랑팔랑 춤추던 황홀한 빛,아름드리나무가 높이 치솟아 있고,
무성한 잎은 더러 떨어져 마치 병아리 무리가 널따란 원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눈부신 빛의 터널을 지나는 느낌을 받아 그런것인지 따뜻한 온기가 전해오는 것 만 같다.

 

잠시 방금 지나 온 환상의 세계는 무엇인가?
그리고는, 그 빛의 중심에서 멍하니 넋이 빠져 버린다.
발밑엔 수북이 쌓인 낙엽은 나무가 토해낸,

 한 해 내내 내뱉지 못한 이야기를 밟고 있는 듯 하다.

 

나무에 단풍이 드는 것은 해마다 한번씩,
자기 속내를 드러내고 자기 말을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계절과 태양이, 그리고 거기 있는 나와 또다른 인연이 소슬한 가을바람을 타고
내려오며 춤추며  낙엽에게 몸짓으로 전하는 말.

 

‘드디어 우리가 여기서 만났네’ ... 그러는 것 같다.

 

나는 보는 것이 아니고 듣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버린다.
자연을 보면서,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듣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다.
그림을 볼 때도 듣는 느낌을 받기도하고,
글을 읽을 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 같기도하다.
음악을 들을 때, 음악도 볼 수 있다는 것도 최근에 알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나는 나를 해부하려는 마음이 일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다 찾아내지 못한 나를 찾아내려는 순간
무슨 인연인지 몰라도 나를 바라보는 눈 하나 더 갖게 되었다.

 

내 인생에 감사를 드려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 눈을 쫓아 방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살아온 기적만큼이나 살아갈 기적을 그 인연으로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 덤덤하게 받아드리고 싶다,

 

내일생...
냉혹하게 현실을 재단해보면 가을과 같은 시기가 아닐까?
기억을 정리하여 갈무리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에 더욱 소중하다,

지금  내 인생의 가을을 정중하게 맞이하고픈 마음이 드는건
어깨위에 올라탔던 지난한 삶의 궤적을 편안한 쉼터로 바꾸고 싶다는
작은 염원이 들어서일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이 가을 길에서, 길을 잃고 싶다는 생각이든다.
깊이  아주 깊이 가을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지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 마음속에 영원히 길을 잃어버리고 싶듯이, 그렇게...
흐트러진 것을 온전히 하고프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