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와 만화방아가씨의 사랑이야기..

 


♂ 백수 ♂
만화방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날짜가 있는 걸 보았다.
무슨 날일까? 아마 한달에 한번정도 그 삭막한 아저씨가 오는
그날인가보다. 무슨날인가 .......? (음흉한 웃음) 조심해야겠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긴 해도 그녀의 성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스통 같은걸 안다. 그날 잘못걸리면 뭔가 날라올것 같은 으시함이 들었다.

♀ 만화방아가씨 ♀
며칠 있으면 내 생일이다. 이젠 내 생일날을 축하해줄 사람도 별루 없다.
슬프다. 달력에다 동그라미를 쳐놓고 나를 달래보았다.
혹 그 백수가 이 표를 보고 내 생일인걸 생각할 수 있을까?
괜한 기대는 하지말자. 그 녀석은 인간의 탈을 쓴 바보다.
저길봐바. 가스통에 맞은것처럼 으시시대잖아..

♂ 백수 ♂
그녀를 보러 만화방 으로 갔다. 오늘은 이름과 나이를 꼭 알아야 겠다.
에. 아줌마 ,,, 아줌마 노처녀 맞죠? 얼떨결에 이렇게 말해버렸다..

♀ 만화방아가씨 ♀
이 백수녀석이 아줌마도 모자라서 이제는 노처녀라고 놀린다.
열받아서 25살도 노처녀야? 라고 따졌다.

♂ 백수 ♂
25살? 생각보다 훨씬 어리네.. 그럼 나하고 3살차이니까..음.. 딱 좋네..
이렇게 생각하니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인다.

♀ 만화방아가씨 ♀
그녀석이 내가 만으로 25살인걸 눈치챈것 같은 요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7살이라고 말해 버릴 까..저 녀석 나이가 궁금했다.
그래서 그 쪽은 몇살먹은 백순데요?라고 말했다..


♂ 백수 ♂
역시 그때 내가 백수라고 한걸 들었구나..
28살이나 되어가지고 백수라 그럴까봐.
내가 한살더 많다고 했다.

♀ 만화방아가씨 ♀
연하도 괜찮을까..?...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저 녀석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라고..다음에 기회봐서 말을 놓아야 겠다.

♂ 백수 ♂
만화방에 오늘은 좀 늦게 갔다.
안에는 그때 삭막하게 생긴 그녀 삼촌이 있었다. 그래서 만화책만 뒤적이다
그냥 집으로 갔다. 가다가 생각하니 오늘이 그 날이다. 조심해야겠다.
그러고보니 내가 지금껏 그녀를 좋아만했지 뭐하나 준게 없다.
편지도 한번 안보냈으니..호주머니에는 만원짜리하나가 있다.
뭘 사가지고 갈까..? 아무래도 먹는게 남는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렸다. 순대 족발 통닭 닭똥집.....비암..
아무리 떠올려도 그녀가 좋아할 만한게 없다. 근처에 제과점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저기 가면 뭔 가 살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케익을 샀다. 졸라 비쌌다. 만원으론 거기있는 것중에 제일 작은거밖에
살수가 없었다. 그래도 포장을 해놓으니 순대나 족발 싸놓은거 보다는
있어보인다. 아직 그녀가 돌아오지 않았나보다. 아저씨가 꾸벅꾸벅 졸구 있다.

 

저 자린 아마 졸리게 만드는 무슨 마법이 걸려있는거 같다.
그 아저씨한테 케익을 주며 어떤 멋있는 단골이 줬다라고만 말하라고 했다.
나도 의심이 갔다. 그래서 한마디 더했다.“이거 먹지 마요.."
그 아저씨가 왠지 그녈 안주고 먹어버릴것 같은 불안감이 자꾸 들었다.

♀ 만화방아가씨 ♀
오늘 내 생일이다. 아빠 엄마한테서 연락 온거 말고는 아무도
내 생일을 기억하며 전화해준 사람이 없다.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오후에 친구를 만나 술이나 한잔하구 자축해야겠다. 그러던 차에 삼촌이
오셨다. 오늘 내 생일이신걸 아셨나 부다.
내가 만화방 봐줄테니 오늘 하루라도 맘껏 놀다 오라 그러신다. 겉모습과
달리 마음이 참 상냥하신 울 삼촌이시다.


저녁에 돌아오니 삼촌이 좀 덜 떨어지는 놈이 전해달라고 했다며 케익을
주셨다. 누굴까..? 혹시 그 백수일까..? 좀 덜 떨어지는 놈이라니..
그런거 같다. 근데 그에게 그럴만한 센스가 있을거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 나 오래 못살거 같다. 내 미모는 아무리
감출려고 해도 안되나 보다. 흑흑.. 미인박명... 그녀석이 주었을까...
감히 백수 연하 주제에.. 근데 나 이거 그가 선물한 것이면 좋겠다.

♂ 백수 ♂
그 케익은 잘먹었을까..? 약간이나마 기대를 했던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
들어올때 날 쳐다보지도 않고 만화책 몇권을 뽑아와가지고..
경색된 얼굴로 이거 빌려가겠습니다. 라고 그랬다.

♀ 만화방아가씨 ♀
난 또... 좀 아쉽다. 그러고보니 오늘 처음 빌려가는거 같다.
이 녀석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 절호의 찬스다.
나보다 한살 어린걸 알고 있는터라 .. 버릇처럼 반말이 나왔다.
"이름이 뭐야..? 주소하구 전화번호 불러봐요.."

♂ 백수 ♂
"뭐야?".. 지금 나한테 반말을 한건가?. 한살정도 많은놈 한텐 자연스레
반말이 나온다..? 옛날에 잘나갔던 여자같다.
그래도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맘은 변함이 없다.

♀ 만화방아가씨 ♀
이름이 배준용이구 전화번호가.. 758-****
흠..심심하면 장난전화나 걸어봐야 겠다.

♂ 백수 ♂
우쒸.. 내 이름만 가르쳐주고, 그녀이름을 못 물어봤다.
만화책 안갖다 주면 울 집에 전화가 오겠지.. 그때 기회를 잡자..

♀ 만화방아가씨 ♀
만화방안에 손님은 많은데 그녀석이 없으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근데 그 녀석 전화받는 태도는 고쳐야겠다. 나보고 사오정 귀파는 소리하지말고

썩 꺼져라고 그랬다. 나쁜놈..

♂ 백수 ♂
만화책을 사흘동안이나 안 갖다 주었는데도 그녀한테서 전화가 없다.
요 며칠동안 어떤 이상한 년이 자꾸 장난전화를 했다. 동물원이냐?
사자한테 밥은 줬냐..? 심지어 아우웅 아우웅 별 개같은 소리까지 내었다.
그렇지만 난 좋은말로 타일러 이런짓 하지 말라고 했다.몹시 보고싶다.

♂ 백수 ♂
그녀가 오늘도 전화가 안 올것 같다. 그래서 아침일찍 만화책을 들고
만화방으로 향했다. 설렌다. 오랜만에 그녀의 모습을 본다는 기대에
만화책을 들고 하늘을 날듯이 뛰어갔다.

♀ 만화방아가씨 ♀
오늘도 그녀석이 안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화장을 하고 아침일찍 그 녀석 집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할려고 하던차에 그가 숨을 헐떡거리며 만화방으로 들이닥쳤다.

♂ 백수 ♂
백수는 뭘 들고 함부로 뛰어서는 안된다는 걸 새삼 느꼈다.
만화방 들오기도 전에 탈진해 죽는줄 알았다. 만화방안에 손님이
아무도 없다. 화장을 하고 그녀가 어디에 전화를 하고 있다.
그새 딴놈하고 선본게 아닌가 싶다. 찌리릭 쳐다봤다.

♀ 만화방아가씨 ♀
숨을 헐떡거리며 못마땅한 듯 날 쳐다본다. 아무래도 내가 장난전화한걸
이녀석이 눈치챈거 같다. 그런거 같다고 생각하니 난줄 알면서도
그딴 소릴 나한테 했단말이야.?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그래 내가 사오정이다."

라고 말했다.

♂ 백수 ♂
갑자기 왠 사오정..? 그녀 이름이 오정이었나..?

내가 그녀 이름을 궁금해 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혹시 그녀도 나한테 관심이 있나.? 근데 이름이 너무 이상하다.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이름이 오정이었어요.?" 여기 만화책 가져왔는데요.
이름이 참 이쁘군요. 성도 특이하고.." 라고 내딴에는 엄청 길게 또박또박 말했다.

나도 할수있다. 아자!

♀ 만화방아가씨 ♀
뭐야 이 녀석 누가 오정이라고.. 내가 장난전화한거 모르는건가...?
그렇다고 내이름을 사오정이라고 믿어버리다니. 확실히 덜 떨어진 놈임에
틀림없다. 할수없다. 저녀석 성격에 아줌마. 노처녀.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오정이라고 날 부를게 틀림없다. 성까지 붙여서 말이다.

그래서 "제 이름은 지윤이에요. 권지윤. 누가 오정이라고 그랬어요.?"
하여간 준용씨 연체료 물어야 겠네요.."말했다.

♂ 백수 ♂
야 단골한테 이럴수 있나.? 하루 늦은걸루 연채료라니..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왜 난 그녀한테 그런말 할 용기가 없으니까...
연체료 내고 나니 만화책 볼 돈이 없다. 할수 없이 그냥 집으로 왔다.
그녀 이름이 권지윤이랜다. 권지윤. 햐 이름한번 이쁘다.
그리구 그녀가 오늘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내 마음은 그녀가 그려져 있는 아침하늘을 날고 있었다.

♀ 만화방아가씨 ♀
괜히 연체료를 물었나..? 바보같은 자식 그렇다고 삐져서
집에 가버리다니.한살이라도 많은 내가 참자......

♂ 백수 ♂
만화방을 가다가 아직도 붙어 있는 그때 그 영화포스터를 보았다.

순간 이 영화를 그녀와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이번주가 이영화 마지막 상영인거 같다. 그녀가 나와 이 영화를 봐줄것
같은 느낌은 별루 안들었지만 바로 티켓을 예매하러 극장으로 달려갔다.
그녀와 영화를 같이 본다는 상상은 너무나 황홀하다.

♀ 만화방아가씨 ♀
만화방바닥을 쓴 먼지를 밖으로 버리다가 멀리서 달려오는 그 백수녀석을 보았다.

어찌보면 귀엽다. 내가 밖에 나와있으면 이녀석이 자길 기다린줄 알겠다.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안있어 그가 들이닥치리라.
숨을 헐떡이며..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녀석이 안들어온다.
왜 안들어 오는 걸까..? 먼지도 없는 쓰레받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보 았다.

♂ 백수 ♂
드디어 영화표를 샀다.
내일 아침일찍 만화방가서 멋있게 보러가자고 말해야 겠다.

♀ 만화방아가씨 ♀
이녀석이 어디간걸까..? 그녀석이 하루종일 나타나지 않았다.


♂ 백수 ♂
늦잠을 잤다. 만화방에 가니 사람들이 많다. 전번에 본 노란추리닝
그 녀석도 있다. 피시에스안테나로 콧구멍을 후비고 있다.

이빨도 엄청 누른거 같다.
하여간 이렇게 사람 많은데서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다.

그녀와 오늘따라 눈이 자주 마주쳤다. 내일은 진짜로 일찍와서 말해야겠다.

♀ 만화방아가씨 ♀
저 백수녀석이 날 좋아는 하는거 같은데... 내생각인가..?
그 녀석과 눈이 자주 마주친다. 지금 그녀석이 날보고 무얼 생각할까.
궁금하다. 그녀석 너무 말이 없다.

▷ 추리닝(또한번특별출연) ◁
옆에 있는 백수같은게 자꾸 쳐다본다. 피시에스 없는 녀석같다.
이 피시에스에 눈독들이는게 틀림없다.
그래서 이건 절대 안된다고 씩 웃어보여줬다.

♂ 백수 ♂
아침 일찍 왔더니 손님이 아무도 없다. 잘됐다. 꼭 말해야지. 근데 막상
영화표를 꺼내니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다.
그녀가 날 껌벅껌벅 쳐다본다.

♀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 녀석이 오랜만에 아침일찍 문열자 마자 왔다.
날 쳐다보는것이 무슨 할말이 있는거같다.
혹시나 싶어 그때 케익 혹시 자기가 준거냐고 물어봤다.

♂ 백수 ♂
말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그녀가 "저기요 혹시 케익 그쪽이 준거에요?" 라고 물어봤다.
엥 그럼 지금까지 내가 준건지도 몰랐단 말이야.?
"예? 아.. 예"라고만 말했다.

♀ 만화방아가씨 ♀
햐.. 저녀석이 준거가 맞구나.. 전혀 그런 센스가 없는거 같이
보이는 녀석인데.. 놀라웠다. 그리고 그 답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 백수 ♂
그녀가 말붙인게 용기가 됐을까..? 그래서 영화표를 꺼내며
"영화표가 있는데요.. 거시기요.. 요번주말에 시간이 되시면..
같이 보러안갈래요..? 제가요.. 뭐랄까. 그래도 단골이잖아요.."

♀ 만화방아가씨 ♀
훗 그녀석이 영화를 보러간잰다. 영화표를 보니 내가 그때 자기랑
보러갈려고 했던 그영화다. 그리고 나서도 또 한번 더 본 영화다.
아마 집에 뒷북이 있는거 같다. 그리고 심심할때마다 치는거 같다.
그냥 자꾸 웃음이 나왔다.

♂ 백수 ♂
왜 자꾸 웃는거야..? 보기 싫으면 안본다고 말하면 되지.
사람 쪽팔리게 말이다. 다시 용기를 내어 "만화방 때문에 그러시다면
제가 대신 봐드릴수도 있는데..같이보러 안가실래요?"라고 말했다.
나 지금 떨고있냐..

♀ 만화방아가씨 ♀
??? 녀석이 지금 상당히 정신상태가 불안하다.
"만화방 준용씨가 봐주면 이 영화는 저 혼자 보러갈까요..?"

♂ 백수 ♂
이 여자 예리한 여자다. 내가 말 실수한걸 눈치채다니..
아이씨 보러 갈건지 안갈건지 빨리 대답이나 해주면 좋겠다.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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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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