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봄을 재촉하는 비가 오전까지 내리더니 그쳤네요.
마음의 빗장을 풀어 놓은 것처럼 봄 마중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봄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내게 타이르듯 수온주가 떨어집니다.


그래도 봄이 기다려집니다.
솔직히 봄이 온다해서 내게 변화될 일도 없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무언가 내게 다가온다는 것.. 그리고 기다려진다는 것...
그것은 제 자신의 삶을 조금 더 견고하게 만들고 다지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에 박제가의 궁핍한 날의 벗이라는 책을 읽었답니다.
책 내용을 말해 무엇을 할까요?
마음안에 꽉 찬 흥분을 받아 드릴만큼 내 존재가 좁쌀같아 문제인게지요.


글을 읽는 내내 자신을 드러내는 선인들의 삶의 태도는 본받고 싶을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솔직하게 한번쯤 말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것이니 말입니다.
내 자신이 누군인지를 정확히 인지 시킬수 있다면 그 실체를 고스란히 말할수 있다면
더욱 진실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입니다.


은희경 작가가 말하길 ‘삶은 자신의 마음대로만 인간에게 관대하다’ 라고
처절하게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의 삶은 때때로 내가 간절히 원하는 방향보다는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갈 때가 더 많기 때문일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적 이런 놀이를 한 적이 있었지요?
버드나무 잎을 가지고 한 장씩 떼어내며…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를 뇌까리던
그런 기억은 누구나 한번쯤 가지고 있을법도 합니다만 저만 가지고 있는 기억인가요?


그런 작은 확인물로라도 자신의 바램을 관철시키기를 원하는 우리네의 마음이란
그 일이 크건 작건 관계없이 한 장 한 장 떼어내는 손가락에 힘을 주고 끝없이
자신의 삶에 주술을 걸어 놓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뭇잎 점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삶은 참으로 무심한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내 손가락을 떠나 무심히도 날아가는 나뭇잎을 보며
그래도 우리가 미소 지을수 있는것은 항상 실망하고 좌절할지언정
우리들의 마음속엔 삶을 향한 조그마한 애착과 희망이 그 순간에나마
충만할 수 있기 때문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삶의 아이러니는 이런데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필요하다는 절실한 외로움에 몸을 떨 때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따뜻한 손을 내밀고 있을 그 누군가가 있을 만도 한데, 정작 그 외로움에
혼자 도취되어 스스로 귀머거리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누군가를 향해 끝없이 갈구하는 자신의 모습 뒤에 자신의 모습과 똑 닮은
나를 바라보는 그 혹은 그녀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서로를 향해 화면에 자신을 담는 그들의 애닯은 사랑은 독백 속에 쓰디쓰지만,
결국 그게 서로의 눈에 들어왔을 땐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듯이 말입니다.

 

팝콘처럼 말이 가벼운 시대. 글도 가벼운 시대,
온당하게 이해되어지지 못하는 시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벼움때문에 사회 정치적으로 흔들리는 오늘날의 시대..


오늘 봄이 가볍게 오려나 마중을 나갔다가 혼줄나게 안으로 움츠러 든것처럼
가벼움 보다는 좀 더 진중해지고자 노력하는 봄이 내게 오기를 기다려봅니다.
이제 커튼을 걷고 창을 닦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봄을 맞을 마음의 길을
다시한번 더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블러그 친구분들도
이 봄 가슴을 다시 뛰게할 그 무엇을 만들기위해 간절한 마음을 가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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