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 크셨던 사랑 손길

 

부엌의 고요가 깨진 순간 누룽지 냄새가 꼬스랍 핀다
군불 많아서 "찌끄 쩌끄 짹" 밥 타는 소린 아니겠지만
무쇠 가마 솥 뚜껑에선 후끈 달아올라 끈적한 수증기
설익은 풀 뜸물 보글거리며 희뿌연 틈새 화수분 튼다.


동지섣달 기나긴 밤 위해 온돌마저 구워낸 아궁이
발 밑에선 따스한 군불들 울 어머니 궁디를 데워왔다
당시에 어떻게 보면 지혜의 삶들로 생활에 방편을
그래 선가 그 옛날에는 냉병부류부인병들은 없었다지,

지금에 와서 생각한 그 어렵던 시절에 그리움들
옆집 사시던 뺑덕어멈은 그 이름 친숙한 이웃 아줌마
다신 도움청 부를순 없고 이젠 아련한 흔적만 남겨 논
서정 속에 옛날옛적으로 돌아간 동네어머니들의 모습,

오로지 동네아낙네들은 더러의 가난 속에서도 협동
그나마 듬뿍 인정들이 철철 넘쳐 났던 시절 이였으니
세상사는 보람 여겹던 한(恨) 지독히 찌든 가난에 쫓겨
서로들 슬기 모아 낟 곡식도 아껴낸 지혜롭던 생활상

그 무진 보릿고개 이력나도록 참아왔던 배고픔 들
즐낙(樂)이 무언지 몰라  그 고생들을 지독하게 하시고
살만한 훗날 와서도 내핍 찾다 행복 챙기지 못한 설움
이젠 더 이상 반복할 수 없는 과거와 오늘현실 속에서

지난 일들 두 번 다시는 존재하지 않기를 바란 마음  
궁휼히 여겨질 그 가엾음 들은 "얼"한 옛의 그리움으로
정신과 육신의 가슴속에 자리잡은 우리의 혈(血)고향
그 인자하신 모습은 영원한 어머니로 살아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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