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면 여행을 하다가 어쩌다 만난 사람과 의기투합하여
남자든 여자든 금방 친해지는 일이 있다.
연인이 되고 친구가 될 인연은 아니어도 마음이 아주 잘 맞기도 하고
서로 사는 곳이 멀어 거기서 우연히 만나지 않았다면
평생 만나지 못했을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만남 후 목적지가 같아 일주일 정도 함께 움직이면서
같이 밥먹고 구경하고 같은 여관에 묵으며 서로의 방을 오가고
웃고 때로는 어색해하기도 하다가 다음 목적지가 달라

어느날 아침 헤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딱히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어도
또 만날 날이 있겠지 하면서 마지막 아침을 같이 먹는다.
그 즈음부터 두사람 사이에 왠지 모를 쓸쓸함이 스민다.
주소와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역까지 바래다주고 손을 흔든다.
그리고 혼자 걸음으로 내디딜 때 문득 깨닫는다. 외로움에 흠뻑 젖은 자신을.
두번 다시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일은 없으리라.
같이 여행을 하는 일도 아마 없으리라.

만난다 해도 어제까지 유쾌하게 웃고 떠들던 여행의 길동무로 돌아가지는 못한다.
아까까지 여기에 있어 만질 수 있었는데

이제 다시는 만날 일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그때 비로소 여행의 추억은 귀중한 빛을 띠고
우리는 시간의 흐름이 얼마나 잔혹하고 허망한지를 안다.
상대방도 지금쯤 외로움에 젖어 있겠지.
지금은 어떤 애인보다 친구보다 육친보다 절실하게 만나고 싶은 존재다.
그러나 이제 몇시간 지나면 서로를 잊고 희미해지고 또 새로운 내일이 시작된다.

그 점이 제일 서글프다. 

 

- 무라카미하루키/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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