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한자어들을 다시 떠올려보다가,
그 한자 조합을 볼 때면, 새로운 느낌을 주는 단어들이 있다.
 
孤立


고립도 그러한 단어였다. 
외롭게 서있다. 고립은 그런 뜻이었던 것이다. 
그냥 누구와 떨어졌다거나, 산사태, 폭우 등으로 산이나 섬에
갇혔다는 의미로서가 아니라, 그냥 외롭게 서있다면 모두
고립이라는 것이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외롭다고 느끼고 있으니,  
그냥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고립되어 있는 것인가? 
당분간, 난 나의 고립을 조금 더 지켜보려고 한다.


아니 아주 오래전부터 난 고립이 되어있고 그 고립안에 탈출하려
몸부림치지만 시간이, 생명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 것 같다.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독감방 안에서 죽음과 대좌하는 순간을

어쩌면 맞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때 난 어떤 의미의 남자로 남을까?

 

독거노인... ㅋㅋㅋ

 

그래 인지 어릴적엔 삶이 모두 판타지였던게 아닌가싶다. 
현실과 꿈, 그 경계가 불분명했고, 그로 인한 세계관도 판타지적 이었다. 
어릴적 존재하던 통행금지와 등화관제,

그 속에서 존재하던 낭만적인 분위기의 판타지..

 
또한 만화 똘이 장군의 신화 속에 강요되던 반공 사상의 판타지.. 
그 모든 것이 판타지였다는 것을 깨닫기엔 너무나 많은 아픔이 있었다. 
피터팬이 자신의 현실을 거부하고, 네버랜드로 떠났던 것처럼,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나를 괴롭힌다.

 
그것은 판타지가 갖는 낭만적 향수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가 유행하는 원인이기도 할 것이다.
과거 국가와 부모로부터 판타지를 강요받던 시대가 지나가고,
자신이 자신의 판타지를 선택하는 시기에 이르러 다가온 유행...

 
피터팬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웬디가 다시는 피터팬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한번도 피터팬을 만나지 못했다는 이유때문이 아닐까?.


요즘 날이 갈수록 헛헛함을 느끼는 것은 혼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갖지 못하는, 실제 내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고통의 발자국 소리를
듣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고립된 욕망의 남자가 되어가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