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
아스름한 숲 저편의 수은등 불빛이 어둠과 섞이는 이쪽 지점에 서서
소리없이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본다.  빗줄기는 나뭇잎을 어루만지고
잔디밭에 떨어져 깊은 적막을 만들어낸다.


나는 현실의 싱황 속에서 세상의 말들로인해 잠시 내머리 속의 빛깔들이
죽을때가 있는것같다. 공백으로 고갈되어 버린 두뇌, 자기의 본체도 투시할 수 없는
사색의 정지, 마치 살아있는 송장처럼 산다는 의미조차 상실하게 되는 듯하다.


나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이러한 상태가 아닌가싶다.
다시 나의 내부에 영혼의 씨름이 시작 될 때면 결정적인 오뇌가 살아나는데
바로 오르세 미술관 인상파전은 나의 본체를 찾게해주기 좋은 기회가 아니였나 싶다.

 

나의 밑뿌리채 흔들어버렸던 내 삶의 집착을 조금은 내려 놓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 하나님앞에 감사를 드린다. 무언가 잊고 산다는 것,
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빠른 시간의 지나 감이지만 지난날의
땀과 눈물의자국들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에 장돌뱅이처럼
자유로워지고 싶어진다.


정말이지 그렇게 자유로워지고 싶다.
아무 것도 갖지 않고, 아무도 아무것도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고,
동풍에 말꼬리 치듯 살고 싶다. 오늘 내게 주어진 소원과 욕망을 조금이라도
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근대도시 파리의 삶과 예술- 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 라는 주제를 가지고 전시되는
오르세 미술관 전..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너무 상업적으로 역사 전시를 등한시하고
돈 되는 전시에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보기에 단순히 이름값 있는 명화만 모은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19세기 인상파가 태동하고 모더니즘 회화가 탄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입체적인 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진 촬영을 할 수 없게 되어있어 포스터로 사진을 대신한다.
오르세 미술관 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그림들, 같이 간 모임 분에게 설명을 잠깐 듣고

관람을 하니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았는데. 에밀 프리앙 그림자,  

앙리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 등은 실제로 인상깊게 나의 머리속에 남는다.


그래도 미술 쪽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 입장에서 바라본 인상파 그림들은
클로드 모네의 작품들이다. 서리. 베테유의 성당과 센강  같은 그림은
빛의 효과를 중시, 비온뒤 개인  하늘을 잘 묘사한 것 같아 보였고.
특히 유명한 양산을 쓴 여인은 색감은 봄날 여인의 삶의 구질 스러움을
벗어버린 청정함의 극치를 보여준 듯 내게 다가선다.


에드가 드가의 경우도 늘 봐왔던 그림이지만 특이한 것은 그가 남긴 소품의
청동 조각들이다. 솔직히 드가가 조각까지 작품을 만들었는지 몰랐던 나로서는
조금은 센세이션한 느낌이랄까 의외의 느낌으로 다가선다.

 

선의 흐름의 동적 느낌을 아름다운 정적으로 걷어내는 우아한 묘사는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이였다고하면 과장일까?
특히  발레리나의 움직임과 색조의 표현.곡선 균형의 아름다움을 가득차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보여준 작품인 것 같다.


카미유 피사로, 오귀스트 르누와르, 폴 시낙, 폴 고갱, 플세뤼지에,등등의
작품은 어느 세월이 어떻게 흐르고 어떤 세상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퇴색되지
않을 작품으로 기억이 될 것 같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빈센트 반 고호 작품이 달랑 한 작품 뿐이었다는 것.
그래도 세잔느의 그림 몇 점이 갈증을 나름 씻어줬다는 생각을 한다.
자연의 본질 적인 기하학적인 탐구정신과 기하학적 형태의 견고함과 물질성을
보여준 작품들이 아니였다싶다.

 

 

 


마지막으로...
예술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고결하고 순결한 인간의 영육위에 소생하는 것이라면
이 세상 사람이 다 악마가 되어도 예술인들은 성직자와 더불어 마지막까지
외롭게 인간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램은 내 어설픈 양심 때문이 아닌가 싶다.


종교의 계절 가을이 오기전 나에게도 이런 전시회를 같이 동행 할 사람이 생겼으면
간절한 바램을 가져본다. 허세의 나뭇잎과 탐욕의 열매를 털어내고 온전한 느낌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 하나 가져볼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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