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각자의 테마 뮤직으로 자신과 인간의 한스러움을 훑어내고, 씻어내고 또 위로한다.
가을은 때에따라 제 멋에 제 기분, 제 신명을 끌어내는 매미소리로. 귀뚜라미 소리로.
가슴을 씻어내고 삭이고 말리고 또 잠재운다.


물을 뿌리듯 싱그러운 바람은 불어오는데..
격렬하고 산란한 마음이 비수로 찌르는 것처럼 다가온다.
작년도 그랬고 올해도 추석 명절은 어김없이 엷은 유리에 한 겹 입힌 사진틀처럼 격리된 느낌이다.

 

의사의 집도를 기다리며 수술대위에 뉘어져 있는 병든 환자처럼...
몇 칠간 세상과 단절된 나 혼자만의 시간을 어찌 지낼까 생각해본다.
신경을 죽이는  마취의 방법만이 가장 좋은 구원이라  생각되어지지만...
막연하게 감상에 휘말리기에는 내 맘이 강팍스럽다.

 

그래..
이번 추석 연휴에는 내 생활 안의 것들을 정리해보자.
생활 그 안에 으뜸으로 귀한 것은 아무래도 사람이다.
사람으로 인해 괴롭고, 기쁘고 사람때문에  내 미혹의 끝은 헤아릴 수 없다.
내 생활 안의 사람들을 조심스럽지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내겐 사람에 대한 관심이 중요했고,  사람이 주는 상처와 그 달가운 허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다. 내가 사랑하고 관심을 쏟았던 사람들,
실로 거대하여 다른 여러 가지들 까지도  가렸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 삶의 진지성 때문인지 유머 스럽거나 위트하지는 못하지만 
술수나 잔재주를 부릴 정도의 사람이 못되기에
나는 사람을 사귐에 있어 나의 순수성을 그대로 드러내어 사귐을 가진다.

 

그러다 보니 너무 솔직해 오해와 편견을 가지는 경우도 있고
전혀 내가 생각지 못하는 다름 사람으로 평가받고
나 스스로 황당해 하거나 지쳐 할 때도 있다. 이것이 내가 갖는 한계일지 모른다.

 

다소 즉흥적이라 어떤 때는 너무도 쿨 해서 문제일때가 많다.
그래서 말없이 고개 틀고 앉아, 한 숨쉬면서 속 끓여 고민할 줄 모르는 듯 하여 겉보기에 낙천적이다
아니 낙천적 인상이 강하지만 사실 어찌 보면 여리고 여린 마음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갈등하고
사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 갈등으로 인해 그만 끝내야 할 사람들과 단절을 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면
벌거벗은 내 거울 앞에 용서가 될까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번 추석 명절은 내게 있어서 그런 사람 들과의 단절을 결심하고 잊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데 좋은 기회가 되는 연휴라면 쓸쓸하고 외로움이 나를 힘들게 했다 해도
좋은 결과의 시간이 아닐까 위로해본다.

 

내가 잘못 판단을 했든..
아주 시원스레 잘 된 판단이든 구속을 벗어나 내 기억속에 잊어야 할 몇몇의 사람들.
적셔도 적셔도 목이타는 갈증으로 또 다시 호명되어질지 모르겠지만
이별은 종말이 아니라 희망을 가지는 이별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몇 걸음 앞에 놓인 차후의 감정적 곡선은 매일 내게 새로운 과제로 남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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