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감에 - 복잡한 조직생활에 편입되면 될 수록 피아식별의 방법에 있어,
암구호의 복잡함을 느끼게 될 뿐더러 피아라는 관계마저도 그 경계가 희미해진다.
피아식별의 경계 구분이란게 단지 내 입장에서만 의지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적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이며...
자본주의 안에서 나와 적 관계인 A와 B가 아군이더라 하더라도,
B가 반드시 나의 적이 아닐 수도 있는 복잡한 관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고,
단답형 질문으로 얻어 낼 수 없는 수많은 기호를 조합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일련의 패턴들 -
적이냐 아군이냐 하는- 소통 체계의 복잡함도 원인이 될 것이다.
이번주 목요일 브리핑을 해야할 프로젝트가 오늘 대충 일단락이 되었다.
내일은 중앙일보 광고대상 수상식 날이라 하루종일 사무실을 비워야 할 입장이라
오늘 끝내지 않으면 난감해질 상황이다. 직원들에게 어거지를 부려 마무리를 짓긴 했는데
왠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이 찜찜하다.
내일 수상식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한번 점검을 해야 할 일이지만 이번 브리핑은 피아식별을
해야 할 상황이 동반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험대에 올라가 있는 느낌이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던 업체가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갖춰 일을 시작하고 첫번째 광고회사로부터
받는 브리핑이기에 아마도 최근에 입사한 임원이나 직원들 입장에서는 귀추가 되는 대목일터이다.
그러다보니 지난 한 달간 광고주 방문을 집 앞 편의점 담배 사러 가듯 다녀왔었고,
기획서와 필요한 경비 등등..광고주에게 보여줘야 할 문서를 만드느라 계속 컴퓨터앞에서
눈을 부라리고 앉아 머리를 쥐어 짰던 것도 어쩔수없는 피아구별, 소통체계의 복잡함을 덜기 위함이였다.
그중에서도 정말 힘든것은 바로 회사내 커뮤니케이션이다.
직원들과의 기획방향과 크리에티브 조절 문제 등등..전부 자기 아이디어가 최고라
자부심이 대단한 쟁이들이라 자칫 잘못함 상처를 입거나 소외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위태롭다.
내가 하는 일은 유독 이합집산이 잦다는게 직업적으로 흠이라면 흠이라고 할 수있다.
그 이유가 자본주의의 첨병이라 그럴테지만,
꼭 내가 갖고 있는 직업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이유를 돌이켜보니..
밥벌이의 위태로움을 빌미로 조석 차이로 색깔을 달리하는 것에 익숙해진 세상이 또한 그러하고,
표리부동이 생활의 지혜인양 박수쳐 주고, 선죽교의 피 따윈 개나 줘 버려 라고 말하는 이방원을
역할 모델로 부추기는 것도 지금의 세태이고 직원들의 반응이기도 하다.
(이방원에게 맞아죽은 정몽주의 충정을 정도전 이후의 조선 사회에 강력한 왕권 구축을 위해
적이지만 영웅적으로 묘사한 것은 넌센스중에 넌센스이다, 다들 정몽주를 고려 왕국의 최후를
지킨 사나이로 추앙하고 있지만 결국 이방원의 승리로끝난 역사적 진실이 그러하다)
더욱이 이제 대부분의 피아관계란 것이 돈 때문에 벌어지는걸 보면 종교간 대립은 거룩할 정도다.
종교적 신념이나 정치적 신념이 돈과 얽혀 있지 않으면 인정해 줄만한 가치고 공존 할 수 있지만,
돈이 들어가면 절대적 주적관계로 흘러버리는 것이 참으로 슬픈 현실의 피아구분이 아닌가싶다,
미성년자 딱지를 떼려던 종점과 어른의 경계에 서 있던 그 밤엔 조금은 어설픈 경계태세였을지라도
피아구분을 하지않아도 젊음이란 청춘하나로 다 같은 동지 였던 그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에 한탄을
하는 것이지만 지금이라도 암구호 몇 개로 니편 내편이 가려지는 세상에 살았으면 좋겠다란
부질없는 생각을 하는 이유는 차라리 적과 동지란 구분이 쉬웠던 시대보다 필요와 불필요로 사람을
판단하게 된 지금이 어쩌면 더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일을 잘마쳐 일차 보고가 완료가 되어야 11월에 있을 내년도 프리젠테이션을 쉽게 넘어갈텐데
이번 브리핑에 복잡함이 생기면 경쟁 프리젠테이션이 될 공산도 크고 엄청난 복잡함이 깔릴 입장이다.
광고비가 많던 적던 일을 할 수 있는 광고주를 그냥 눈뜨고 버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기에
절대적으로 광고주 입장에서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광고회사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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