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날때면 만화책을 많이 보는데 가끔은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만화를 다시 한번
볼때가 있습니다. 최근에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을 다시 한번 봤습니다.
15권짜리 새 판형으로 나온 거였는데 별 기대도 없이 봤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만화이기도 하고 젊은시절 달달 거리며 외우다싶이 해서 말 입니다.
공포의 외인구단에 나오는 대사의 백미라면 바로 이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등학생 오혜성이 엄지에게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라고
말할 때는 지금의 감성으로는 조금 받아드리기 힘든 어의없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콩알딱지만한 것들이 나도 못해 본 말을... ㅡㅡ;;;
나이가 들어 다시 보니 감성적으로 조금 다르게 느껴짐은 어쩔수 없나봅니다.
어릴때 볼때는 그리 멋진 말이더니.. 애효~~


하지만 읽고 있자니 과연 대단한 만화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만화가 나온 건 그 엄혹한 1980년대 초반이었는데 이런 만화는 그 이전엔 당연히
없었고 그 이후에도 찾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 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다른 만화와는 전혀 다른데 모두들 전혀 다른 이중성을 지니고
있으며 모두들 컴플렉스에 헉헉 대고 무언가에 끊임없이 집착하며 또한 배신을
밥 먹듯이 하고 질투의 화신들이고 승리를 위해 온갖 치사한 짓들도 하고 하여간
모두들 반쯤은 미치광이들로 보입니다.


다른 만화와는 다르게 공포물도 아니면서 읽다보면 오싹하기도 하고 비극적 결말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우리 다같이 죽자' 그러는 거 같습니다.


80년대 중반쯤에 영화도 만들어지고 노래로도 만들어지고 해서 까치의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라는 말이 연인들 사이에 유행어처럼
돌아다녔는데 실재 만화를 보면서 오혜성의 그 말을 듣고 있자면 등골이 오싹해 집니다.


광기어린 눈으로 쏘아보며 이미 결혼한 여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걸 우리들은 흔히
병적인 집착이나 혹은 스토커라고 부릅니다.
한마디로 까치는 내가 예전에 기억하고 있듯이 언제나 멋지고 여자를 무지 사랑해 주고
공도 잘 던지고 기타도 잘 치고 쌈도 무지하게 잘하던 그 까치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본 까치는 무지막지한 스토커일 뿐이었습니다. ㅡㅡ;;;
나이가 들어간다는건 그만큼 세상과 더불어 산다는 얘기의 반증일까요..?
순수하게 봐져야할 글의 대목에서 난 왜 그런 생각들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이런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이런 결말로 끝나는 만화를 보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한국 만화에서는 특히 그런데 이런 캐릭터와 분위기와 결말을 어떤 사회적 상황과
연결시켜야만 설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암울한 분위기는 군사정권이라는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며 예정된 파멸은
얼핏 그 군사정권의 몰락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외인구단의 감독으로 나오는 손 감독은 강함과 승리만을 신봉하는데
특유의 군바리 정신으로 밖에 난 볼수가 없었습니다.


외인구단의 훈련도 야구에 관한 건 별로 없고 삼청교육대 에서나 볼 수 있는
지옥훈련들이 었습니다. 절벽을 기어오르고 떨어져 내리고 발에 족새를 차고
모래사장을 뛰어 다니고 채찍으로 맞으면서 그들은 외인구단이 된것 이였으니 말입니다.
하여간 그들은 야구를 잘하기 위해 야구와는 전혀 관계 없는 것들만 잔뜩 골라
고생을 실컷 하고 갑자기 야구의 도사들이 되는 거였습니다.


복잡한 캐릭터의 양상은 당시군사정권의 일반 시민들의 복잡하고 착잡한 심리상태를
보여주는것도 같습니다. 그당시만해도 옳은 소리 한다고 잡아가는 세상이었으니
속에선 울화가 치밀고 소주라도 한잔 들이키면 무언가라도 때려부숴야 속이 시워해지는
그런 시절이었을 때니 충분히 그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땡뉴스에 늘 주인공처럼 훤한 라이트 하나 달고 나오던 전두환이가 대통령이었던 시절이였으니..
말로 다할수 있겠습니까?


하여간 공포의 외인구단은 이래저래 의미심장한 만화고 한국의 만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작인 것은 틀림 없는 거 같습니다. 팔십년대는 거쳐온 나나 여러분들은 아마 그 누구도
까치와 엄지의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근데 왜 내가 이렇게 만화 얘기를 장황하게 하는 걸까요?
내가 멀 안다고... ㅡㅡ;
하여간 나이들면 는 자기 일도 아니면서 참견도 많아 집니다.


늙으면 꼭 새벽잠이 없어지는것 처럼 말 입니다.
하지만 뭐, 더 이상 재미있는 것을 찾을게 없고 옛날 생각도 나고 그러신다면
이현세의 이 만화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흠... 엉뚱한 만화 얘기를 하다 정작 하고픈 얘기를 소홀히 다루는듯 싶습니다.
만화하니깐 애니메이션이 생각나고 애니메이션 하니깐 또 미야자키 하야오가 생각나고
또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도 생각나고 예전에 해적판으로 봤던 그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며 '붉은 돼지'며 코난이며 토토로며 하여간 동글동글하고 재미나던
그의 캐릭터들이 잔뜩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바로, 아주 당연하게도,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의 이 앨범이 생각 납니다.
초기의 디즈니 에니메이션은 백설공주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동화들을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었는데 그 에니메이션들은 또한 아주 멋들어지고 근사한 음악들을
배경으로 깔고 전개되었습니다.


이 음반은 한창 잘나가던 데이브 브루벡이 그 디즈니 영화의 스탠다드 곡들만을 뽑아
하나의 앨범으로 녹음한 것 입니다. 트랙의 리스트를 보면 알겠지만 곡의 제목만 봐도
괜히 행복해지고 가슴이 설레곤 합니다. 여성분들이 누구보다 더 좋아할 거 같은데


Someday My Prince Will Come...이라는
제목 하나 만으로도 여성분들은 벌써 달콤해졌으리라 생각이 드는데요?... ^^
음악은 더 달콤하고 매력적이며 흥겹고 아름답습니다.
조금쯤 가볍고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대는 재즈를 찾고 계시다면 이 음반을 들어보기를
강력하게 권합니다. 더 이상의 훌륭한 선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 데이브 브루벡에 대해서 잘 모르신다면 조금 오래됐습니다만 
KTF 광고를 기억해 한번 해 보세요. 하긴 KTF없어진지가 오래되어 기억이 안나신다면 어쩔수없지만...
왠 젊은이가 롤러브래이드를 타고 거리를 달립니다.
중년의 아저씨는 그런 그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거래처의 사장이더라...
뭐 이런 광고였는데 그 광고에 쓰였던 멋들어진 음악은 데이브 브루벡의 'TAKE FIVE'라는 곡으로
"TIME OUT"이라는 앨범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재즈 역사에 남는 기록적인 히트반인데 재즈에서 최초로 5/4 박자를 시도한 음반으로
이름 높습니다. 라이너 노트의 첫 문장은 아마 이렇습니다.
'아마도 외계인들이 지구에 와서 재즈를 듣는다면 재즈라는 음악은 전부 4/4박자 인줄로만 알 것이다
' 뭐 이런... 그만큼 재즈에서 4/4박자는 보편적이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어쨌든 데이브 브루벡은 재즈계의 슈퍼 스타 중에 한명이고 그의 음악은 보통 쿨 재즈로분류 됩니다.
상당히 차분하면서 정교하고 예술적이면서도 대중적 입니다.
데이브 브루벡과 오래도록 그의 사이드맨이었던 폴 데스먼드의 색소폰 소리도 같이 들어 보았으면 싶습니다.


Dave Digs Disney = Dave Brubeck Quartet
Original Release Date: June 29, 1957(Columbia)

1. Alice in Wonderland
2. Give a Little Whistle
3. Heigh-Ho! (The Dwarfs' Marching Song)
4. When You Wish upon a Star
5. Someday My Prince Will Come
6. one Song
7. Very Good Advice
8. So This Is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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