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화잡지를 읽다가 요사이 가장 잘나간다는 시나리오 작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서른 근처에 그는 막노동 판에 나가 아무 생각도 없이, 아무 미래도 없이 노가다 판에서
일을 했답니다. 그 바닥에서 뼈가 굵은 노인들과 소주를 사발로 들이키며 허름한 인생의 바닥을
들여다보았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인생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가만히 한번 지켜보았던 것 같다고...'


나 또한 요사이 내 인생이 과연 어떻게 진행될까?
이 화두는 젊을때나 나이든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는듯 싶습니다.
모든 일손을 놓고 가만히 내 시간들을 들여다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잔인한 4월은 어김없이 내게 생각의 혼란과 무능함을 깨우쳐주는군요.
지금 내게 작은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그 문제와 관계없이 가끔은 이런 생각들을 통해
자신에게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이행 하고자하는 나의 채찍질하는 방법이기에
이글을 읽으시는 블러그 친구분들  혹시 하는 생각을 하실까봐 넋두리 처럼 말을 잇습니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은 두고두고 피곤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직은 아니라고, 좀 더 지켜보자고 내안의 누군가가 속삭입니다.


사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원치 않는 삶을 사는 사람보다 열두배는 더 고생하고 스무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던 어느 여성 영화감독의 말이 목에 턱턱 걸려들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시간을 아껴 지겨운 공부를 반복했던 친구들에 비하면나는 그리 노력 없이도
별 탈 없이 그럭저럭 잘도 흘러 왔습니다.


직업 선택이 잘 되었던 잘 못되었던 나름대로 그 분야에 한 일가를 이루고 나름의 전문가라
생각하며 잘 살아온 한 평생이였으니.. 그리 후회도 없습니다..
그러니 누군가, '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군... 정신차려!' 하고 죽비로 뒤통수를 사정없이
갈겨줬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사는 게 세상 탓이기 보단 내 스스로의 탓일 공산이 큽니다.
네온처럼 확실한 불빛을 내쏘으며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지도 못하며 먼지들에 가린 별처럼
보는 사람 없어도 제 빛을 발하며 묵묵할 줄도 모르는. 제길... 아까보다 더 내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레이 브라운이  아주 오래전에 국내에서 공연을 했다 하더군요. 못가본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는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 마일스 데이비스와 공연했으며,
그 유명한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멤버였고 엘라 피츠제렬드의 남편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재즈 역사의 후반부 동안 언제나 재즈의 중심이었고 이름 있는 연주자들은 누구나 다 한번쯤은
그의 베이스를 배경으로 발을 구르고 어깨를 들썩여 보았을 것입니다.


풍만한 덩치와 풍부한 음색, 넉넉한 웃음과 공간 가득한 유머스러움까지.
제몸처럼 악기를 연주하고 다른 연주자들을 받쳐주고 밀어주고 다독여주는 그의 손가락.
상상해 보건데... 그의 손가락을 '개구리 발바닥' 아니, '개구리 손바닥'처럼 생겼다고
말해야 할것 같습니다.


앞으로 베이스 연주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그의 손가락이 얼마나 개구리와 닮았나는
보아둘까 싶을 지경입니다. 어쨌든 베이스 위에서 춤추던 그의 손가락은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을끼 싶습니다. 오늘 뮤직에세이의 추천곡은 오래 전부터 사랑했던 음반인데
레이 브라운의 베이스가 손에 잡힐듯이 들리는 음반입니다.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앨범보다는 이 음반에서 그의 연주가 더 두드러집니다.
재즈가 얼마나 흥겹고 즐거운지 알게 해줄 음반이라 자신합니다.
밀트 잭슨은 가장 유명한 비브라폰 연주자 - 비브라폰은 커다란 실로폰처럼 생겼어요 - 중에 하나입니다.


그 유명한 MJQ(Modern Jazz Quartet)의 중심인물이었으며 현존하는 재즈의 거장 중에 하나입니다.
레이 브라운과 마찬가지로 이름난 연주자 중에 그와 더불어 공연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에요.
저는 특히 어깨가 들썩여지고 발을 구르게 되는 첫번째 곡과 마지막 수록곡을 좋아합니다.


누군가에게 제가 좋아하는 곡을 테잎에 녹음해 선물해 준다면 마지막 수록곡은 이 앨범의
여섯번째 곡 'THAT`S THE WAY IT IS '가 될 것입니다. 밀트 잭슨이 연주 말미에 멤버들을 소개해 주며
마지막에 인사를 하거든요.

 

** THAT`S THE WAY IT IS -

MILT JACKSON QUINTET featuring RAY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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