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연히 책상서랍을 정리하다 나온 아주 오래된 엽서 한장
뜨거웠던 한때의 추억같은 다큐멘타리가 스쳐간다.
잊으려고 애쓰는 것일수록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마음에 새로운 것을 채우면 자연스레 옛생각이 밀려나겠지,


편지를 유난히 좋아하던 나는
편지를 받는 것 보다는 쓰는 것을 좋아한다.
어른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내 버릇은 그대로 남아있어서,
나는 여행하는 도시에서 그림이 든 사진엽서를 자주 산다. 


언제나 산 엽서에 빈칸을 빼곡 채우며 사연을 쓴다.
그리워하던 내 마음의 속앓이는 마를린 먼로의 치마폭처럼
너풀거리며 너울너울 편지에 펄럭인다.
아침이면 편지를 부쳐야겠어. 밤을 새우며 칸을 채운다.


아침에 우체국을 물어 보는 것은 너무나 즐겁다.
길을 묻고 걸어 우체국으로 간다.
편지를 들고 가급적 나는,
일부러 조금 먼 우체국까지 찾아 가서 편지를 부친다.


그만큼 더 오래 사연을 가슴에 품고,
먼 길 만큼 더 오래 마음의 부스럼을 쓰다듬다가,
이별의 편지와 좀더 잘 헤어지기 위해서이다.
그리운 내 사연과 헤어지는 우체국을 물어 보는 것은 너무나 즐겁다.


도시 모퉁이의 우체국 문을 열면, 그곳은 언제나 작별하기 좋은 냄새가 있다.
이상하게 어디건 응달진 우체국 냄새가 코에 와 안긴다.
어쩐지 눈썹에 맺힌 눈물 냄새가 나는 우체국 안에는,
[작별하기에 좋은 냄새]인,
꾹꾹 눌러 찍은 세월의 스탬프가 편지의 가슴마다 박힌, 이별의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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