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도 벌써 한 주만 지나면 다시 오지 못할 시간이 되겠지요?
특별한 이벤트도 서스펜스한 드라마 같은 일들도 없는 무미건조한 나날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일을 하느라 그냥 저냥 지내고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은데
솔직히 양심에 찔려서, 그렇게 일도 바쁘지 않는데 사람들에게 허당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위선을 떨며 바쁘다 하고 삽니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가까이 하지 않은 상태에서 2월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광고주와 선약은 되어있는데 점심식사를 같이 할 만큼 절친한 상태가 아니어서
식사하자고 먼저 말하기 쑥스럽기도 하고 해서 약속만 정해놓고 사무실에 앉아
지금은 찾아 가보지도 않는 카페, 한참 때는 자주 찾고 사람들도 만났던 카페에

들어가보니 제가 쓴 정말 오래된 글 하나가 있네요. ㅎㅎ 이런 것을 대박이라고 합니까?

 
그래서 이 글을 뮤직에세이에 그대로 들고 와 옮겨봅니다.
아마 그때 음악을 같이 듣던 분들과 교류를 많이 하던 시절이었나 봅니다 
오늘 왠지 한번쯤 다시 찾아보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바로 스탠다드 재즈 입니다.

스탠다드 재즈하면 전형적인 재즈라기 보다는 재즈화된 팝이라고나 할까요?

 

오늘은 이런 스탠다는 재즈 곡 중에 하나를 뮤직에세이에 올려볼까 합니다. 
이 곡을 떠올리면, 아니 솔직히 말씀 드려 험프리 보카트가 먼저인지 이 곡이 먼저인지
구분할 수 없게 엉켜져있는 추억이 뭉터기로 저한테 다가옵니다. 
 

My one and only Love 혹은 Misty 같은 곡들은 영화와 연결시켜 말씀드릴 수 있겠지만,
이 곡은 뭐 굳이 연결 자체가 필요 없는 일체형입니다.
특히 저같이 흑백 TV를 보며 자라온 세대들에게는 더욱 더 깊은 추억을 느끼게 하지요.

 
깃 넓은 회색 바바리와 중절모,
짧은 말보로 담배는 여러 터프가이들의 스탠다드 심볼이되 버렸지만,
1942년 이 영화가 개봉될 당시만 하더라도 [말타의 매(Maltese Falcon, 41, 존 휴스턴)]의
스페이드 (영화속 험프리 보가트가 분한 사립탐정)를 위한 준비물이었을 뿐입니다.


지금도 가끔 EBS에서 방영되곤 하는 [카사블랑카] 에서도 잉그릿드 버그만
(아무리 봐도 이렇게 유니버설 하게 아름다운 여인은 찾기 힘들다는 게 제 생각^^) 이라는
역시 불세출의 스타와 함께 역시 그 모습 그대로 출연하여, 사랑하는 사람들의
영원한 로망을 만들어 버렸죠.


많은 분들이 영화 속에 흘러나왔던 멜로디를 입술로 기억하면서도
제목은 떠올리지 못하시는 곡이 바로 이 곡 'As Time Goes By'입니다
제가 본지가 좀 오래돼서 영화 전체에 대한 기억은 흐릿합니다만,


아마 극중 보가트가 운영하는 클럽으로 찾아온,
그러나 이미 남의 여자가 되어 버린 잉그릿드를 만났을 때 클럽의

흑인 피아니스트 샘이 연주했던 곡이 바로 이 곡일 겁니다.

 

그리곤 보가트는 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don't play it again, Sam.."

 

저에게 이 곡은 그 어떤 명 보컬과 연주보다도 Chet Baker로 남아있습니다.
어느 분께 일전에 이야기 했던것인데 ....


담배연기 가득 찬 칙칙한 바에서 우울하게 울려 퍼지는 나지막한 소리처럼....
Jazz를 인식하고 즐기고 있었을 때 만난, Chet Baker의 이 곡은
'my funny valentine'을 밀어내 버리고 해가 지고 혼자 남을 때면 틀어놓는
침잠모드의 시작 곡같이 되 버렸습니다.


사실 이 곡의 멜로디가 너무나 유려하고 단조 풍의 흐름이 어느 정도 애상을
자아내기 하지만, Chet Baker 만큼의 비장 감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어찌 보면 과도한 감상이라고 할까요? ㅎㅎ.


개인적인 선호도를 기준해서 권해드린다면 ...

최우선적으로 Sonny Stitt 의 연주를 꼽고 싶습니다.
As Time Goes By 를 많은 연주자들이 연주했을 것이라 생각을 하시겠지만

실상 찾아보면 아주 적습니다.

 

7개의 연주가 있는데 각자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어 등록된 연주가 적은 수임에도
즐겁게 비교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중 Sonny의 연주는 다른 곡들이 이모셔널한 감상 이입에
중심을 많이 둔 반면, 일단 힘을 쫙 빼고 멜로디를 타면서 약간의 임프로를 즐길 수 있는
정석적인 단순함이 오히려 연주를 차별화시켜 귀에 달라붙게 만들고 오직 그 연주 자체만으로
끌어들이는 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가 연주를 해도 As Time Goes By 곡은 좀 색채가 진하지 않은
무채색 같은 연주라고 느껴집니다.
한번 들어 보시면 옛일을 떠올리며 따뜻함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드네요

 

영화 카사브람카 OST



Sonny Stitt (ts,as), Walter Davis (p), George Duvivier (b), Jimmy Cobb (ds)

Sonny Stitt Quartet - As Time Goes By
Album:Sonny Stitt / The Last Sessions"
Recorded:New York City, June 9,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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