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건한 주일..
늘 버릇처럼 예배 들어가기 삼십 분전..
교회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휴식을 잠시 취한 후 본당 성전에 들어 갑니다. 
 
문제는 오늘 나의 금붕어 기억력 땜에 화장실 가는 걸
잊어버리고  자리에 앉아 여유 스럽게 주보도 살피고
말씀도 미리 챙겨보고 경건함에 기도도 드렸습니다. 
 
이때까지 만 해도 충분히 참을 만 했으니 깐
괜찮겠지 했는데. 갑자기 예배도중,  
목사님 설교말씀이 시작될 무렵..
커피를 마신 이뇨작용 때문인지 화장실이 가고 싶어 지는데.. 
 
이 절실한 비극을 어찌 헤쳐 나가야 할지
머릿속으로 오만 생각이 흙탕물 속 미꾸라지
마냥 헤엄치기 시작합니다,

얼굴이 처음엔 빨개지다가 하얗게 변해지는 걸 느끼겠 더군요,

눈물이 찔끔 나오더라구요,
오줌을 참다가 오줌을 지리는게 아니라
눈물을 찔끔 지리는 건 무엇입니까?  
 
계신분들 예배에 집중해서 다행이지 내 모습을 봤다면

실소를 금치 못했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목사님 말씀에 감동해서 눈물 흘리는 걸로 오해 했을지도 모를 일이죠,  
 
목사님 정말 죄송해요, 말씀에 감동해 눈물을
흘렸 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죄송합니다.
정말, 안개꽃 뭉개 뭉개 피어 오르고
오늘의 에베소서 말씀이 애배소서로 느꼈단 말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어찌 그 시간을 참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목사님 축도가 끝나기 무섭게 내가 움직이는
속도가 거의 빛의 속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화장실 쪽으로 일단 문은 활짝 개봉하고...
세변 기 앞에 서니 왕 소름이 쭉 타고 올라옵디다.
마구 마구.. 아. 빨리 좀 나가야 되는데..
이놈의 오줌빨이 식을 줄을 모르고 계속 나옵니다. 
 
이런 뱃속에 오줌만 가득 채우고 있었나.
그만 좀 나와라... 애도.. 애도..
정말 한참 쏟아지데요. 겨우 마무리 하고 옥체삼탁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싹 돌아 나오는데.. 세면대의 거울이
섬뜩 하더군요.. 이런 날 내게 다시는 오지 말아야 할 텐데..

유비무환이란 말 절실히 공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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