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를 생각해야지, 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솔직하게 말해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될 때가 오겠지.

그때 가서, 천천히 생각하자고 나는 생각했다.

적어도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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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억은 확실히 멀어져 가는 것이어서, 나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이미 잊어버렸다. 

이렇게 기억을 더듬으면서 글을 쓰고 있으면, 나는 가끔 몹시 불안한 기분에 휩싸이고 만다. 

어쩌면 내가 가장 중요한 부분의 기억을 상실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

때문이다.  내 몸 속에 기억의 변두리라고나 부를 만한 어두운 부분이 있어서, 소중한 기억들이

모두 거기에 쌓여 부드러운 먼지로 변해 버린 것은 아닌가 하고..

 

그러나 어쨋든 지금으로선 그것이 내 손에 넣을 수 있는 전부인 것이다.  이미 엷어져 버렸고,

지금도 시시각각 엷어져 가는 그 불완전한 기억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뼈라도 핥는 심정으로

나는 이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이러는 수밖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는 것이다.

 

오래 전, 내가 아직 젊고 그 기억이 훨씬 선명했던 무렵, 나는 그녀에 관해서 글을 써보려고

시도한 적이 몇 번인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엔 단 한 줄도 쓸 수가 없었다.  첫 한 줄만 나와

준다면 그 다음은 무엇이든 술술 써질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그 한 줄이 아무리 애써도

나와 주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것이 너무나 선명한 지도가, 선명함이 지나쳐 때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젠 안다. 

결극에는--하고 나는 생각한다--글이라는 불완전한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불완전한 기억이나 불완전한 상념밖엔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나오코에 관한 기억이 내 안에서 희미해져 가면 갈수록 나는 보다 더 깊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왜 그녀가 나를 향해 「나를 잊지 말아요」하고

당부했는지 그 이유도 나는 지금에야 알 것 같다.물론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 안에서 그녀에 관한 기억이 언젠가는 희미해져 가리라는 것을.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나를 향해 호소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나를 언제까지라도 잊지 말아 줘요.  내가 존재했다는 걸 기억해 줘요」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견딜 수 없이 서글프다.

왜냐하면 그녀는 나를 사랑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 상실의 시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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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인생이란 비스킷 통이라고 생각하면 돼.
비스킷 통에 여러가지 비스킷이 가득 들어있고,
거기엔 좋아하는 것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게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걸 자꾸 먹어버리면, 그 다음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거든.
난 괴로운 일이 생길때면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
지금 이걸 겪어두면 나중에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통이라고.
난 경험으로 그걸 배웠거든." 하고
미도리는 말했다..

- 무라카미하루키 / 상실의 시대 中 -

 

 

정말 인생이라는게 그런걸까??

이게 정말이라면 난 이제 행복한일만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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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건데, 인간의 실체란 것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것 같다.

 

무엇인가의 계기로, '자,오늘부터 달라지자!'하고

굳게 결심하지만,
그 무엇인가가 없어져 버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마치 형상 기억 합금처럼
혹은 거북이가 뒷걸음질 쳐서 제 구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처럼
엉거주춤 원래의 스타일로 돌아가 버린다.

결심따위는 어차피 인생의 에너지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 무라카미하루키 / 무라카미 라디오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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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구하는 강함은,
이기거나 지거나 하는 강함이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을 받아
거기에 견뎌내기 위한 강함입니다.
 
불공평함이나 불운, 슬픔이나 오해, 몰이해
이런 것에 조용히 견뎌나가기 위한 강함입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 해변의 카프카 中 -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몇일 전에 다 읽었다..
아아아.. 나카타상의 결말이 너무나 마음에 안들지만..
기대만큼 재미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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