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소식 올립니다.
집 옥상 하수구에 자라난 이름모를 풀입니다.
빗물에 씻겨 흘러온 시멘트 섞인 모래에 어렵사리 뿌리를 내리고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 섭취라고 해봐야 기껏 빗물일텐데...
그나마.. 요즘 거의 매일 비가오니 다행입니다.
 

비가 그치고 햇빛이 들기 시작하면...
조각 그늘조차 만들어줄 이  없는데...
어찌 살거나...어찌 살거나.. 걱정만 앞서네요.
 

어짜피 그리 지워진 운명이라면...
아쉬울것도 없다지만..
저것은 그것을 알런지 모르겠네요.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높게 쳐들고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걸 보면서...
아침에는 희망을 보고...
저녁에는 안타까움에 가슴 아파하고..


아하..
나도... 저리 살고 있는건가?  그런건가?
이런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잘지내고 계신거죠?  연락드리고 찾아뵐께요.


제 이종사촌 동생이 보내온 메일내용과 사진입니다.
어릴때는 서로 어울려 잘지냈는데 나이가 들고 각자 생활을 하다보니
많이 소홀해지고 사는것에 바뻐 돌볼 겨를없이 지냈었는데
오늘 아침 한통의 메일이 나를 많이 가슴 아프게 하네요.


그렇지요..
아마 산다는 것이 한장의 사진에서 보여주는 그런것이 아닐까 싶네요.
절묘하게 동생녀석이 지금 자신의 모습을 잘 표현해 준것 같습니다.


어떤 것도 설명할 필요없이..
설명은 어쩌면 강요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요한다는 것은 한정됨을 의미 할 수도 있겠구요.


비틀리면 인생이 바뀐다고 했나요?
잔인하게, 더러운 것들의 잔인함에 희생되는 끈적거리는
패러독스 뭘까 생각하게 되는군요.


사진속에 보이는 풀포기 하나..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생명력의 애잔함속에 번뇌로 가득찬
우리네 인생의 표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보면 나를 포함한 모든이들의 고통스런 삶을 지탱하는
그 궁핍스러움과 욕망의 더미에 눌려 숨 쉬지 못하는 내자신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8월의 중순..
지겹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지겹도록 되풀이되는 지독한
일상들이 나를 더 쓸쓸하게 만드는 것 같네요.
문득 비와 겹쳐진 찬바람이 붑니다.. 따뜻한 차한잔이 그립습니다.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저녁해의 빗살을 보고 싶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