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길,
복잡한 전철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와 같은 눈빛으로 빈자리를 탐지하던
내 눈은 오늘도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


주인님의 편안한 출근에 일조하였다.
그렇게 잽싸게 앉은 후 평소처럼 그냥 저냥 넋 놓고 있었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맞은편 의자에 앉아있는 한 여자분이 울고 있는 게 아닌가.

 

지금 대강 기억나는 대로 그분의 인상착의를 묘사해보자.
평범한 얼굴 생김새에 키는 약 160이며 몸무게는 약 55.
나이는 30 전후. 옷차림은 평범한 짙은 색 계열의 면바지와
거기에 어울리는 편안한 블라우스. (그 와중에 참 자세히도 봤다)


평소 같았으면 전혀 특별할 것이 없어

임무완수 후 달콤한 휴식을 즐기는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겠지만..

그렇다. 비록 소리를 내지는 않았으나 그녀는 그리도 사람 많은 곳에서 울고 있었던 것이다.
 

그 슬픔의 이유를 알고자 나는 내 눈이 누리고 있던 휴식의 권리를 강제로 박탈,
그녀에게로 하이에나.... 아니 호기심으로 가득 찬 미어캣과도 같은 눈빛을 집중하였으나,
내가 앉은 후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손에 꼭 쥐고 있던 핸드폰을 한번 열어본 다음
천천히 일어나 전철 문 밖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피곤한 하루의 스트레스를 잊어보기라도 할 듯 가볍게 쓴다고는 했지만 사실은 마음이 짠하다.
세상살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어도 이미 알았을 나이,


아무리 힘들어도 남들 앞에서 어찌 처신해야 그나마 덜 피곤하게 살 수 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을 나이의 그녀를 그리도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무장해제시켜
울게 만든 사연은 무엇이었을까?

이유를 모르는 그 슬픔이 아마도 나에게 조금은 전이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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