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따뜻한 늦봄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내가 당시 살던 아파트 단지는 풀밭이 아주 많았고
나비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을 해.


아이와 놀아주기 위해 오랜만에 잡아보는 배드민턴 라켓...
이리저리 휘두르다 나비를 보았어..


그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아빠 노릇하기도 참 어렵다..두털대듯 넋두리를 한 것도 같기도 하고..
어디에선가 나비가 많으면 그 해 농사가 잘 된다는 이야기를 떠올렸어.
노랑 나비도 아니고 흰나비를 처음 보면 복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떠올렸고..


나비야.
내가 처음 본 나비.
예뻐. 아주 예뻤어.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듯. 그냥 예뻤던 나비.
다가가고픈 생각에 난 무심코, 정말 무심코 였어.


무심코 휘두른 베드민턴 라켓. 난 그냥 다가가려 했거든.
난 그냥 내 손길을 알아주길 바랬거든
근데 그 해의 첫 흰나비는, 우수수.... 가루가 되어 떨어져 버렸어.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어. 찢겨져 가루가 되어버린 흰나비.


짧은 시간에 겪은 아주 단순한 사고 같은 것인데 내머리 속은
엉망으로 뒤 엉키고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져 있어.
아마도 마음 깊은곳에 흰나비의 처참했던 죽음의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연상되었기 때문이 아니였을까?


마음의 찜찜함을 치유하는데 오랜시간이 걸리진 않았지만
기억속 상흔은 꽤 오랫동안 자리를 잡는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치유된다는 것은 어쩌면 거짓말인지 모르겠다.
상처는 치유될지 모르지만 깊은 곳에 패인 상흔은 삶과 더불어 남으니깐..


이 봄...
다시 꽃이피고 나비가 날고 벌이 날아들겠지.
하늘을 바라보지 않아도 내 곁에 꽃이 있을 것이고
나비가 날아와 내 눈을 다시 황홀하게 만들겠지.


시간이란 정말 놀라운 치유능력을 가졌지만
내 마음 깊은 곳 나비에대한 기억은 한 순간 실수로
버려지고 찢겨진 어둑한 흔적으로 남겨질까 걱정이 되네,


어디선가 귓가에 들리는 어릴적 부르던 나비 노래

 
나비야~ 나비야~ 이리날라오너라..
호랑나비 흰나비..춤을 추며 오너라..
봄바람에 꽃잎도 방긋방긋 웃으며
참새도 짹짹짹 노래하며 춤춘다.


이젠 아이와 놀아줄 그때 그시절도 없을 것이고
우연히라도 배드민턴 라켓을 잡았을때 나비가 내곁에 올일도 없겠지.
하지만 어느틈에 치유하며 살아온 상흔에 다시금 반복되는 그림은
그리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해..


오늘은 토요일 주말..
따스한 스토브 아래 봄날의 여유를 만끽하며 사무실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원을 듣고 있어.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높기도 낮기도 한 음율..
난 그때 그 나비와 함께 청명한 하늘을 날으며 고통스러웠던
지난날을 생각하며 나비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빌고싶어.

 

 

'추억속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교함과 자연스러움...  (0) 2012.07.06
소통....  (0) 2012.06.12
마음의 편린..  (0) 2012.03.30
이 봄 행복해지는 팁하나..  (0) 2012.03.20
속옷 단상...  (0) 2012.02.2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