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판화예술에 관한 M.C.에셔의 무한의 공간이란 책을 읽은적이 있는데
책읽어주는 남자코너 잠깐 소개를 한적이 있었던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에셔의 글에보면 규칙적이고 조화로운 형상들로 평면을 분할하는 자신의 발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혼돈을 사랑하는 이유는 질서를 창조하기 위해서 라고 말하면서
혼돈과 질서는, 에셔가 '조화의 기적'이라고 간주했던 현실을 이루는 두 가지 구성요소이고
작품을 통해 우리가 형태 없는 혼돈 속이 아닌, 아름답고 질서정연한 세계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에셔의 정교한 판화나 스케치들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한번은
보았을법한 일종의 컬트작가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얼핏 보아서는 별다를 것이
없지만 위의 그림의 계단의 사람만 보더라도 한쪽의 사람이 계속 올라가고 있고,
한쪽의 사람은 계속 내려가고 있는 구조를 보여 주는데 이것은 그림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여지지만 결코 그런 건축물을 지을수 없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그의 작품들은 메비우스의 띠를 그린 원통형의 불가사의함을 표현하기에
그의 그림은 수학,심리학,철학서적에까지도 종종 인용 됩니다.
원통형의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구조를 타란티노는 저수지의개같은 영화에서
인상적인 스토리 구조를 보여 주었고. 그후 펄프픽션으로 완성하며,
그 이후의 그의 영화에서 계속해서 시도 됩니다.


처음과 끝이 연결구조를 보이는 장면이 똑같은 영화로는 과거 40년대의 영화
썬셋 블러바드,그리고 시민 케인 같은 영화가 그 시작이 아닐까 하는데 풀장에서
총에 맞아죽은 윌리암 홀덴의 회상구조로 시작해서 다시 그 장면으로 영화가 끝납니다.

 


그럼 재즈음악으로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카인드 오브 블루 앨범이 이같은 구조를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단순한 기본 테마가 정교하게 이어집니다.
재즈의 초보자가 감상하기에 결코 쉬운 앨범이 아니지만 이 앨범은 개인적으로 500번을
계속해서 들어도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않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에셔의 그림들과 카인드 오브 블루 앨범은 정교하게 잘 어울립니다.
영화 엑소시스트의 주제 음악은 튜블라벨 이라는 곡으로 마이크 올드필드가 담당했었는데,
그의 공연실황필름에도 에셔의 그림이 사용 됐습니다.
 

남자의 꼴불견중에 한가지로 이런것이 있다고 합니다.
체 게베라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으면서 그게 누군지 모르는 남자.
에셔도 마찬가지로 그의 미스테리한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가끔 보기도 하는데,
그때 마다 속으로 생각을 해 봅니다. 


알고는 입고있는건가?  그러나 만약 모르면서 그 그림을 선택했다고 해도
안목만은 대단한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80 년대 호프스태터는 수학자 괴델,에셔,그리고 바하의 상관관계에 대해 저작을
남겼을 정도로 에셔는 사드 만큼이나 서구에서 재조명 되고 있습니다.

 

에셔의 정교한 판화와는 다르게 실제적이고 자연스러움을 보여 주는것이  하나 있는데
이것은 스냅 사진 입니다. 스냅 사진은 자연스러운 일상사 혹은 생활속에서 벌여지는것을
피사체로 남김으로  사람들이 인위적이지 않는 자연스런 동작들을 남김으로 사람들과
공감하고 동화 하는것이 특징이라 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연스럽게 찍힌 사물들이 실제로 보면 짜여진 정교한 정사진보다
훨씬 더 정교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딜리아니의 그림을 보면 알수 있듯이
앵그르의 초상도 척보면 알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모딜리아니가 인물을 길게 그렸다면 앵그르는 양파같이 동그란 인물을 그렸고
지금 시대에 다시보면 하나같이 촌스럽게 손을 턱에다 갖다붙인 포즈를 하고있습니다.
당시에는 세련된 느낌의 포즈였겠지만, 지난 시절 변두리 사진관의 걸려있는
시골 사진사들의 인물사진의 포즈로 도용 되기 시작하면서 앙그르의 초상화는 촌스럽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사실을 표현 하는것 자체가 아주 부자연스럽게 느껴 집니다.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예술을 표현 할때는 에셔 판화와 같이 정교함이 중요할지 모르지만...
아마도 사람들의 사진첩에는 사진관에서 찍은 초상화 분위기의 사진 (증명사진은 제외)과
자신의 카메라로 찍은 스냅 사진이 정리 되어 있을겁니다.

 


그런데 스냅 사진 마저도 자연스럽지 않은 모습에 나중에 그사진을 다시 봤을때 감상하는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대부분 차렷자세로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는가 하면 단체 사진의
경우에는 반드시라고 해야 할  정도로 손가락으로 승리의 빅토리 싸인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장의 사진은 때로는 고인의 마지막가는 모습을 상징하는 영정으로
사용됨으로 인해서 고인의 이전까지의 이미지를 단번에 바꾸어 버리기도 합니다.


제가 전에 살던 하남시란 동네엔 검단산이 있습니다.
그곳엔 故 정주영 회장의 빈소와 영정이 모셔져 있습니다
故 정회장의 모습은 생전의 모습과 같은 이미지의 소탈하게 웃고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분의 평소 이미지와 별반 다를것은 없지만,..대부분 근정 사진은
엄숙한 느낌으로 바라보는 사진인데..평소의 친근감, 소탈함, 권위주의적이지 않는
모습을 보임으로 그의 평소 생활상이나 사람냄새나는 이미지를 갖고있는 일반 대중의
사람으로 돌아가려 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 사진을 고른 최측근의 깊은 생각과 의도를 느낄수 있습니다.


재즈앨범의 타이틀이 종종 포트레이트. 초상인 경우가 있습니다.
재즈의 초상. 그리고 실지로 연주가의 모습이 전형적인 상반신 구도의 틀에 박힌
카메라를 쳐다보는 무표정한 모습인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앨범 표지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결코 만만한 앨범들이 아닙니다.


그건 일종의 현상 수배 포스터와 같은 자신만만한, 도전적인 경지의 음악을 들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빌 에반스의 데뷰 앨범역시 마찬 가지 입니다.
섬세한 연주를 들려준 그였지만 그는 자신만만함으로 데뷰했던 것입니다.
좋은 스냅 사진을 남기는 비법은 자연스러움을 담는것입니다. 연출하지 않은것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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