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줄 꽂아놓고,란 책을 읽고나서...
부제는 ‘옛사람의 사귐’이라고 표현하는것이 옳을것 같다.


옛사람의 그윽한 풍취가 드러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책을 손에 잡아둔 순간부터 시종이 즐거운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친구’  ‘우정’에 대해 조금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것 같다.


잠시 책의 내용을 드려다보면
우정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사회는 아름답지 않다.
나는 이글을 통해 우정과 친구라는 이름의 강박증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그래서 이야기를 엮으며 세 가지 원칙을 지켰다.


첫째, 가급 신분과 직업, 성별과 국적 등 외적인 조건의 차이에 바탕을 둔 관계를 선택했다.
여러 가지 조건이 같아서 친하게 지내는 건 대수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둘째, 우정의 조건으로 영속적인 연대감이나 결속보다는 순간의 신뢰와 합일을 중시했다.


셋째, 서로의 사유와 삶을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해주려는 정신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세 가지를 아우르면,
우정이란 성숙한 인격을 지닌 자유로운 영혼들의 대화 또는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일관하는 주제가 된다.
성숙한 인격은 고독을 감내하는 데서 빚어지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우정은 천지간에 홀로 설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성립하는 것이 아닐까? (p.22)

 

그럴듯하다.. 자칫 그냥 지나치면 아주 빠져버릴것 같다.
내 생각과는 조금은 다른 우정관인것 같아 생각이 잠시 삼천포로 빠질뻔 했지만
타인의 생각에 홀라당할 나이는 아닌듯 하여 좋은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우정이라는게 뭘까?

남자들의 세계는 사랑보다 우선하는게 우정이라 하는데...

요즘 트랜드는 전혀 그런것 같지 않아보이기는 하지만 내 어린시절 우정은 사랑보다 우선이였다.
내가 생각하는 우정은 저자가 이야기하고 주장하는 그리 고고하지 않다는데있다,

어찌보면 내가 생각하는 우정은 깔끔하기보단 좀 끈적 끈적한 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으로 보니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몇몇의 관계는 우정으로 표현하는 것이 옳은가 싶은 것도 있었다.
편지 몇 번 주고받고, 고운 시문 몇 차례 나눴다고 서로를 지음이니 지기니 표현하는 것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벗의 사귐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닌가? 아님말고..ㅎㅎ
마치 블러그에서 상대의 글을 읽고 답글 달아주었다고 엄청나게 친해진 듯 하는 행태와 닮은듯 하기도하다.


문사는 문으로 서로 사귀는 것이, 무사는 무로서 서로 사귀는 것이 지당한 것이지만,
대개의 인생은 문재(文才)나 무재(武才)와는 무관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저 민초들의 사귐이란 술과 정을 내 것 네 것 없이 쉽게 나누는 작은 신의에서 나오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에서 시작하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예에 어긋날까, 실언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몸을 사리는 것이
선비의 옳은 사귐이랄 수는 있으나, 너무 고색창연하여 내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든다.
오히려 이 책이 우정을 중심으로 서술되지 않고, 옛 자취를 찾아 현장 답사하는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 주제가 흘렀다면 이처럼 다소 억지스런 기분은 들지 않았을것 같다.


내가 이 책에서 찾은 기쁨도 저자의 우정론과는 상관 없는 것이다.
문사들의 재기 넘치는 시문이 즐겁고, 필자의 해박한 지식에서 나오는
고사의 인용이 속을 든든하게 채운다. 세태를 차분하게 관조하는 필자의 문채도 퍽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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