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정독하였다.

450쪽 짜리 책 중에 420쪽은『교양』이나 『지식의 원전』과 같은 지적 가십거리 모음에 다름 아니다.

나머지 30페이지는 참고문헌과 찾아보기 그리고 간지이다.

앞의 책들은 2차 저작의 덕목이라도 있지만,

이 책은 그도 아니여서 짜깁기의 행태가 더욱 난삽하기 이를 데 없다. 

 

클린턴이 좋아한다니, 파울로 코엘료가 팔리고, 노무현이 좋다니, 김훈이 팔리고, 이건희가 좋다니,

이 책이 팔리는 모양이다. 코엘료가 싫으니 클린턴을 의심하고, 김훈이 싫으니 노무현을 의심하고,

이 책이 싫으니 이건희를 의심하게 된다. 하긴 안 그래도 이건희는 싫다.

그냥 기분 나쁘게 생겨서 싫다.

이 책의 추천인인 이어령의 "아, 내가 써야 할 책이 먼저 나왔구나!"라는 탄식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다 빨개진다.

 

저자는 전인교육을 강조하는데,

내용에는 아무리 살펴보아도 ‘전인全人-그것이 인간다운 인간을 의미하는 말이라면-'이 없다.

창조적인 생각도구들로 무장한, 예술과 과학을 종합적으로 사유하는 초인간을 키워내겠다는데,

그 잘난 초인간은 결정적으로 가치중립적이다.

‘왜?’가 없다. 질문이 없으니 답도 없다. 그저 무균실에 사는 헛똑똑이들이다.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사회의 경쟁체제를 고려하지 않는 이론이

이 척박한 현실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건희에게나 가당한 지적 허영이다.

 

교양이라는 말은 '리버럴 아츠‘의 번역이다.

’자유인의 학예‘라는 의미이다.

누구도 자유인이 되려하지 않는 (될 수 없는) 오늘날의 제일 교양은 토익과 어학연수이요,

공무원 시험이다. 아이들에게는 통합형 논술 정도가 되려나? 

'통합형 논술'이라는 말이 저자가 말하는 '전인'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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