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남주의 시편을 읽으며 눈앞에 확연한 적이 있던 시대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모든 것이 희미해졌다. 아와 비아의 구분은 시시때때로 바뀌고
    전선(戰線)은 지루한 장마처럼 오르내린다.
    시대의 탓인가. 내 앎이, 내 의지가 박약한 탓인가.

 

2. 후기시에서 시인의 지식인으로서의 자괴감을 읽었다.
 「자유」를 낭송하던 쩌렁쩌렁한 육성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3. 잔뜩 찌푸린 한강을 건너는 버스 안에서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서」를 읽다가
   애상이 북받쳐 목울대에 힘을 줘야했다. 아버지란 애달픈 이름이다.


(전략)
 느그 아부지가 너를 을마나 생각했는 줄 아냐 /
 너는 평생 돈하고 먼 사람일 것이라면서 /
 저 아래 징갤 논배미는 니 몫으로 띠어놓으라 하고 /
 마지막 숨을 거두셨단다 /


산언덕바지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무덤은 /
일곱 마지기 우리 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이놈아 니가 그러고 댕긴다고 세상이 뒤집힐 것 같으냐 /


첫 감옥에서 나와 무릎 꿇고 사랑방에 앉아 있을 때 /
아버지가 내게 하셨던 꾸중이 떠올랐다 가엾은 양반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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