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론으로 본 한국 기업의 본질적 위기와 그 해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전작인『88만원세대』의 뒤를 잇는 한국경제 대안 시리즈의 제 2권이다.

 
전편이 정확히 내 삶의 현지점을 논하고 있는 반면,
기업 조직의 문제점들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이 쉽게 읽히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생경한 경제학 이론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것도 원활한 독서를 막는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쉽게 쓰려는 저자의 노력이 있었으니, 그나마 완독할 수 있었으리라.


이 책에서 얻은 정보들과는 별도로, 저자가 전편에서부터 말하는 바와 같이,
혁명의 가능성을 배제하고도 이 땅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혁명에 대한 상상력이 소멸되는 것은 - 그것이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
그 자체로 희망 없는 비극이다. ‘혁명은 민주주의를 부르지만,
배고파서 벌어지는 폭동은 파시즘을 부르게 된다.(p.278)’라는 말 또한 일면 타당한 듯하지만,

배고파서 벌어지는(그것이 캐비어를 먹기 위한 것일지라도) 폭동과 공모하지 않은

혁명이 과연 역사상 존재했는가 하는 의문은 피할 수 없다.


이 책은 ‘조직론은 어렵다’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어떤 조직 모델이 더 건강한 것인지에 대해 저자 역시 확답을 피하고 있다.
그나마 마지막 4장(한국기업에게 던지는 조직론의 질문 5가지) 정도에서 희미하게

저자의 의견을 읽을 수 있었다.


현재의 마초 조직을 극복하고 20대와 여성들과 함께 일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88만원 세대),
영어만 잘하는 획일적인 귀공자들만을 모이는 현재의 인재선발 구조로는
포스트 포디즘(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 적합한 창조적 능력을 발휘할 인재를 뽑기 어렵다는 것,
지역과 기업이 공생하는 관계로 나아가야한다는 것,
노동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볼보주의를 고려해야한다는 것이 그러하다.
이 한권의 책을 모두 읽기 어렵다면, 4장만 보아도 내용의 거개는 파악할 수 있을 듯 하다.


내게 사회를 보는 안목을 넓혀준 독서였지만,
현재의 나로선, 내 안의 마초를 극복해야겠다는 교훈 정도가 유익하다. 실로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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