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람과 사물은 변화하고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있었던 것들이 없어지고, 없었던 것들이 생겨난다. 새로 생겨난 것들도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사라지는 것들은 흔적을 남긴다. 흔적이 흔적인 이유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흔적을 통해서 과거는 현재로 흘러 들어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도 남자의 물건, 혹은 사람들이 애지중지 아끼는 그 무엇의 유형화된 물체(물건)를 통해
풍요로워지기도 하고 황폐해지기도 한다,


내 것, 나만의 것, 나를 위한 것,
소유욕은 강렬하여 질투와 사랑을 능가하고 끈질기기까지 하다,
갖고 싶다는 욕망의 시작에 자기애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개인 개인 모두 특별하지만 우리의 일원이 되는 순간 그 특별함은 평범함으로 달리한다,
사람은 살면서 자기만의 표식을 갖기 원한다, 그래서 남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그 남자만이
가지는 물건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정운 교수가 쓴 남자의 물건이란 책을 읽으면서 뭔가 궤변스럽기도 하고 심리에 대해 전문가라고
떠벌리는 일종의 지식 만용자 같은 느낌을 가졌는데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내 자신을 바라보면서 그토록 정확하게 남자의 현재 상황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사실 김정운 교수는 몇 년 전에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만져야 애정이 생긴다.. 일본열광 등...
몇 권의 책을 통해 약간은 시덥지않은 심리 전문가라는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책 역시 그래서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의 핵심은 삶에 자기 이야기가 풍요로워야 행복한 존재라고 단언한다.
할 이야기가 많아야 불안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한국 남자들의 존재불안 그 이야깃거리가
없다는 데에서 기인한다고...(p12)


그 이야기 거리를 김정운 교수는 10명의 남자들의 물건을 통해서 하나하나 만들어낸다.
(힐링캠프에 출연해서 김제동의 물건(마이크와 야구방망이)을 보고 성적 욕구 불만이라고 했던가?
암튼 그 당시 그의 거침없는 멘트에 빵 터졌었던 기억이 난다)


이 사람이 이렇게 책을 가볍게 쓰는 데에는 문화심리학이란 전공분야이기에 그러지 않았을까?
대중의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고 대중의 눈높이에서 쓸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특히나 거침없는 자기얘기와 실명을 거론한 지인들의 얘기에서 봤을 때 나를 포함해
내 또래 중년들의 느낌은 나이가 많고 적든 다 똑같은 것 같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남자들의 고독과 심리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발칙하게 때론 유쾌하게 풀어내는 반면. 2부에서는 직접 인터뷰를 해서
그 물건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꾸며 나간다.

 

1부 남자에게
올해 쉰이 됐다는 저자는 이 나이 또래 남자들에게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심리현상들을 소개하며
마치 친한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듯 '남자'들에 대해 얘기를 풀어놓는다.
가끔은 아~ 이 사람 심리학 교수였지? 하게 되기도 하는데, 평범한 이웃처럼 늘어놓는 하소연과
개인담 속에 심리학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고도의 전략이다. 쉬운 심리학.
이 사람처럼 이렇게 심리학에 대해 글을 쓰면 누구나 심리학의 매력에 빠져들 것 같다.


2부 남자의 물건
이 책은 이렇게 단순하게 1부와 2부로만 나뉘어 있는데 1부, 2부가 각기 다른 책처럼 분위기를 달리한다.
 1부에서 남자들의 고독과 외로움에 대해 소통했다면, 2부에서는 사회 명사들,
그들만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어령의 책상, 신영복의 벼루, 차범근의 계란받침대,
문재인의 바둑판,안성기의 스케치북, 조영남의 안경, 김문수의 수첩, 유영구의 지도, 이왈종의
면도기, 박범신의 목각수납 통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김정운 교수 생각보다 인맥이 탄탄한 것 같다. 적어도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로 예상해보자면
정치, 사회, 문화,예술에 이르는 이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지녔거나 지녔을 것으로 추정해본다.
여자들의 물건(?)처럼 화려하거나 화사한 그렇다고 자기를 괄시할 만 물건들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남자의 그것들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이야기를 물건을 통해 전달한다.
그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책을 다 읽고 문득 '나의 물건은??'이란 의문을 하게 된다.
막상 떠오르는 것이 없다. 괴롭다. 이건 정말 고민해야 할 문제다.
하나도 없다는 것은 나의 인생이 풍요롭지 않다는 것이고 곧 행복하지 않다는 결말이 나온다.
(적어도 김정운 교수의 말대로라면...)


내게도 풍요로운 매개체를 찾아야 하는 숙제를 받게 된다.
끊임없이 숙제가 주어진다.
아..정말 행복하기란 쉽지 않다. 눼미....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제목이 마치 장사꾼처럼 미끈하게 혀를 녹이듯 만들어 놓은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책 판매 마케팅을 너무도 생각해 만든 것 같아 같이 늙어가는 입장에서
꼭 책을 한 권 사줘야만 할 것 같은 불쌍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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