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학 산문선 중 허균의 산문을 엮어낸『누추한 내 방』을 일년동안 읽었는가보다. -..-;;;
오래전 동서고금의 혁명가들에 대한 관심이 있던 시절에 허균의 ‘호민론(豪民論)을 읽으며,
옛사람의 탁견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레닌이" 무엇을 할 것인가" 에서 말한 ‘열명의 똑똑한 사람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비약이 심한 것일 수 있으나, 원민(怨民)을 충동하고, 항민(恒民)의 손에 죽창과 낫을
들게 하는 것이 시대를 읽으며 때를 기다리는 호민(豪民)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호민론’에서는 당시 위정자들에게 호민을 두려워하라고 경고하는 어조일지나,
‘칠서의 옥(七庶之獄’)으로 죄를 얻고, 결국 역모의 죄로 생을 마감하는 그의 삶을 볼 때,
스스로를 호민으로 여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책의 내용이 쉬운듯 보였으나 읽어보니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한어(漢語)들이 나오는터라
솔직히 읽긴 읽었지만 전체 내용만 알지 속깊은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조금더 공부를 하면
이런 산문집을 읽어내려갈때 좀 더 쉬워질까 생각을 해본다.

 

푸줏간 안에 자취를 감추고 몰래 다른 마음을 키우며 천지 사이를 흘겨보다가
요행히 시대의 변고라도 있으면 자기가 원하는 바를 팔고자 하는 이는 호민이다.


대저 호민은 매우 두려워할 만하다. 호민은 나라의 틈새를 엿보고 일의 기미가
기세를 탈 만한 것인가를 엿보다가 논두렁 위에서 팔을 휘두르며 한 번 크게 외치면
저 원민들은 소리를 듣고 모여들며 도모하지 않았어도 함께 소리를 외친다.

저 항민 역시 살기를 구하여 호미, 고무래, 창자루 등을 가지고 가서 그들을 따라
무도한 놈들을 죽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호민론 中(p. 200)’


이 책에 실린 허균의 여러 산문들 중에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유재론(遺才論)이다.
하늘이 각 사람에게 재능을 내릴 때, 적서(嫡庶)의 차별 없이 고루 내리는 데,
사람이 하늘의 뜻에 등지고 이를 차별하여 사람의 능력까지 버린다고 한탄한다.

이러한 그의 문장은 진나라 이사의 명문 ‘간축객서(諫逐客書)’에 견줄 만 하다.
그 밖에도 ‘먼저 간 아내 김씨의 행장 (亡妻淑夫人金氏行狀’)은 읽는 이 뉘라도
가슴 저미는 슬픔을 함께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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