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시계는 가슴에 울림이 없다고 했다?
비가 오는 토요일 오후,
덕수궁 미술관을 가는 길은 색채가 투명하지않는 암영의 그늘이
만추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우울한 풍경이 내 앞을 가로막고 가슴에 허허한 바람이 분다.
정서와 이성의 정신적 세계도 역시 인간 스스로 추구하고자 하는
열정이 앞서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덕수궁 정문앞에 늘어선 엄청난 인파..
문화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지만 비오는 날에
기다림이란 왠지 짜증을 동반하는 것 같다. 하지만 덕수궁안의 정경은
로맨틱하고 내 앞을 가로막던 모순의 벽을 허물 것 같은 밝은 느낌이다.
사람의 간사함이란?...
기다림의 잠시 짜증은 온데간데 없고 자연이 주는 그 아름다운 장관과
그안에 속삭이는 연인들의 밀어들이 온통 눈을 빼앗기게 만든다.
내눈에 보이는 부부들의 모습, 젊은 연인들의 모습, 가족들의 모습,
모두가 그 풍취에 온몸을 맡기고 추억 만들기 여념이 없는 것 같다.
뎅장.. 이런날 여자가 필요한데.. 혼자 청승은(?).. 갑자기 허무가 밀려온다.ㅋ
그리고 보면 모든 현상의 주인공은 인간이고, 또 그 핵심은 인간의 마음,
그리고 영혼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때론 내 가운데에 있는 여러개의 나자신을
추방해 버리려고 애쓰면서 참된 나 자신의 부활을 시도해 보는건 아닐까싶다.
덕수궁 미술관...
한국 근현대회화 100선...
한국 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화가 57명의 수묵채색화, 유화등 회화작품 100점을
엄선하여 한국회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전시..
너무나 붐비는 인파로인해 감상을 조금 방해하긴 했지만 한국 미술을 지킨 그 시절의
미술가들의 노고와 열정이 참 아름답다고 해야하나 어려움에 굴복지않고 역사현장을
지킨 미술가들의 그림속엔 인고의 세월이 느껴졌다.
그것은 참으로 위대한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자기 실현의 승리이고 가능성을 위대한 면으로 승화시킨 것이기에 그림은
더없이 친근함으로 다가왔다고 말하고 싶다.
새로운 감정의 색깔을 창조하면서 궁극의 가치를 터득했다고 하면 과장일까?
나는 하늘과 땅에 휘날리는 덕수궁 경내의 비바람 풍경과 그림이 주는 어떤 무형의
정신적인 색깔이 나를 더없이 자기 수련의 장으로 야생마 같은 느낌을 주며
지배하지 않았나 싶다.
언젠가 글을 쓰기도 했지만 깊은 감정은 영혼으로 이어지는 바로 예지의 차원이라고
말했던 기억이난다. 어떤 체험이든, 또 어떤 느낌이든 그것이 지니고 있는 동기의
의미는 중요하다, 동기가 전제되어야만 인간의 자유의지가 활동을 하게되고 존재의
세계를 구축할 수가 있다.
인간에게 부활의 의미는 생명이 주어진 삶의 시간속에사 삶에 태도에따라
새로운 동기,새로운 소망, 새로운 신념을 창조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 근현대회화 100선은 정말 죽었던 영혼이 부활 한 것 같은 생기를 얻게되었다는게
미술 전시를 보면서 큰 마음의 획득이 아닌가 싶다.
4개의 부제로 이루어진 테마의 그림들을 보면서 한국 미술사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제 1부 근대적 표현의 구현/ 1920-1930년대 미술 작품 전시
출품작으로 김인승(화실) 오지호(남향집)구본웅(친구의 초상) 배운성(가족도)
비록 열악했던 시기의 작품들이지만 인물 정물 중심의 고전적이고 인상주의적 작품이
매우 호기심있게 전시되었다고 생각.
김인승/화실 오지호/남향집
제2부 새로운 표현의 모색/ 1940-1950년대 미술 작품 전시
출품작으로 이중섭(소) 박고석(가족) 박수근(빨렛터) 김환기(산월)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한국 미술계의 선두주자들의 작품들이 전시
눈으로 억대의 작품을 호강스럽게 봤다고 할까?
이중섭 /소 김환기/어디서 무엇이되어 만나리
제3부 전통의 계승과 변화/ 1940-1970년대 수묵채색화 미술작품 전시
출품작으로 이응노(향원정) 변관식(외금강산선암추색) 김기창(아악의리듬) 천경자(길례언니)
한국화 대가들의 뻑적지근한 작품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전시라는게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어주는지..특히 천경자씨의 작품은 당시 일본색을 탈피한 모더니즘의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내 가슴을 흥분되게 만들어 준 전시라고 말하고 싶다.
김기창/아악의 리듬 천경자/ 길례언니
제4부 추상미술의 전개/ 1960-1970년대 미술작품 전시
출품작으로 유영국(무제) 장욱진(가로수) 최영림(경사날) 한묵(푸른나선)
여전히 봐도 비구상쪽의 미술은 잘 모르겠지만 현대 포스트모더니티한 미술 작품보다는
쉽게 내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 큰 부담없이 본 그림이 아니였나싶다.
새로운 실험미술들을 잘 표현해준 것 같아 마음 뿌듯하다.
장욱진/가로수 최영림/경사날
비오는날의 덕수궁 나드리는 내안에 보이지않는 악마와의 싸움에서 정신의 승리를
거두는 힘을 신으로부터 받은 것 같이 상쾌하고 즐거움을 동반한 행운이였다고 말하고싶다.
살아있기 때문에 사랑하고 괴로워하고 슬퍼할 수 있다는 엄현한 진실앞에 종국의 내 삶은
문화향유의 자그마한 선물로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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