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하순...
깨 벗은 나무도, 마른 수풀도, 산도 강도 표정을 버리고, 
헤프게 열리던 입술도 굳게 닫혀지고 방황하던 두 눈마저도 절로 감겨져,
침묵으로 자신을 발견해야만 하는 만추의 막바지 침묵의 계절이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누구나가 다 그렇겠지만 이런 날들이 계속되면 어디론가 탈출구를 찾게 되고
가슴 깊이 무명의 어둠을 헤집어 자신을 찾고자 하는 오기 같은 것이 생기게 된다.
그 탈출구가 바로 여행이 아닌가 싶다.


꺾일 줄도 휘어질 줄도 모르던 시선은 스스로를 꺾어 안으로 휘어들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 그걸 통해 이 한 해의 마지막 문턱에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자신의 주소와 자신의 안부를 굽어볼 수 있는 여행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본다


단양팔경 여행은 가슴 깊이 무명의 어둠을 헤집어 자신을 찾아가는 영혼의 안내 등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또한 촉수를 높여 지난 일년의 내 모습을 찾아 보고,
아니 살아온 나이만큼의 긴긴 세월까지 돌아다 보고 싶다는 열망을 안은 여행 이길 바라며
길 위에 올랐던 잠시의 휴식..

 

세상의 모든 허물을 벗어 던지고, 나를 구속하는 모든 형식적 속박에서 벗어나.
체면도, 양식도 끊어버리고 훨훨 비상하는 새가 되어 돌아 왔다면 이상할까?
유람선을 타고 여러 곳을 보고 설명도 들었으나 가이드의 소개는 십이 간지의
동물들 소개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무조건 그곳을 향해 소원을 빌면
소원성취 만병통치.. 다 이뤄질 것이라는 살짝 황당한 말까지..


유람선이 움직일 때마다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산들, 산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물의 변조, 물의 움직임은 형체까지도 변화를 시키는 것 같다.
나는 내 마음에 깨끗하고 맑은 물만 가득 고이게 하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빌었고.
가장 깊고 맑은 물 위로, 그 깊이만큼 높게 지켜질 사랑을 빌었다면 내 마음이 정화될까?


뒤로 이어지는 도담삼봉의 화려한 전설은 만추의 향기가 아니더라도 나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젖게 만드는 불타는 세 봉우리의 가시 선혈을 느끼고 있었다
사람의 행복은 바로 마음에서부터 비롯되고 있음을 깨달으며 수심 깊은 곳의 내 모습
그 뒤로 보이지 않는 영혼의 거울에 관심을 기 우리는 그 순간들이, 살아있음으로 해서
얻어지는 기쁨임을 다시금 소중히 담아본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잠시 여행을 떠나 섬처럼 눕고 싶었던 11월 만추의 한나절..
내 안의 모든 것을 씻고 싶었으나 너무도 짧게 끝나버린 여행
인생이란 이렇듯 계획과 기다림은 길고 언제나 현실은 너무도 짧고,
생각에 닿지 않아 허망으로 돌아오는 것이지만 그러나 나는 또 떠날 차비를 하고
기다리리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지금 나는 도시 한 복판에 침몰해 가지만결국 사유의 고리에
단단히 매어진 나는 한 마리의 새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깊이 간직한 체
다음 번 여행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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