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울음이 그칠 듯 하더니  맺고 맺었던 것들을 쏟아내는 것인가?..
새벽부터 지금까지 일만마디로 되돌아 우는 것은 한계절의 사슬을 벗기 위함인가?
살갗에 솟아 오르던 땀이 가시어 까슬까슬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래도 온몸으로
울 수 있었던 여름을 놓아 버린 것 때문일 것이다.


비가오는날, 오전에 가장 기쁨을 주는 것은...
때가 묻어 잿빛 된 보자기 속에 숨겨졌던 자그마한 일 하나가 성사되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경쟁 입찰을 벌였던 정부 산하기관의 TV-CM 제작 업무가 우리에게 로
낙찰이 결정되어 오늘 최종 통보가 왔다.


그날의 긴장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기쁨이 앞선다.
9개 업체가 경쟁을 했던 터라 거의 기대보다는 참여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는데
아직은 너도 죽지 않았다는 용기를 주려는 신의 가호인지 모르겠지만
동반 성장 위원회 측의 축하합니다 라는 메세지와 함께 사무실 전 직원들이
마음껏 포효하듯 웃음을 웃을 수 있음에 탐욕을 털어버린 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게 한다.


무언가 일을 했을 때의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희열감 같은 걸 느낀다.
가슴에 맺혀진 게 그 무엇인가라도 저절로 풀어져 바람에 날아 갈 것 같다.
이러한 쾌감은 가을비에 젖어 들며 몸을 터는 수풀같이 아릿한 느낌을 갖는다.
오늘의 기분은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이 나에게 자유를 주는가?
종교가, 황금이, 명예가, 아니 오복이란 것이 나에게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걸까?
비가오는 오늘 한통의 전화가 한 조각 구름처럼, 한 잎 가랑잎처럼,
가볍게 홀로 서도 빙긋 웃을수있는 기쁨의 소리였다는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기쁨은 어쩌면 잠시일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제작업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차 제시한 콘티를 수정하여 세부 콘티로 만들어 클라이언트측과 최종 기술협약을
맺어야 하는 절차도 남았고 정부 캠페인인 터라 시점에 맞춰 홍보영상이 on-Air
되어야 하기때문에 그 시간을 맞추는 것도 여간 까다롭지 않을 것 같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 하는 타임인지도 모르겠다.
가을이 이제 깊어지기 시작한다. 깊어지는 만큼 내게도 정결하고 정진할 수 있는
가슴 깊숙이 종교의 향내음처럼 삶에 대해 머리 숙여 묵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지길 간절히 바래 본다.


그동안 제게 마음으로 응원해 주셨던 많은 지인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크고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이었기에
이런 경쟁에서의 승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해준 여러분들이 계셔서
이뤄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시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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