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완연한 가을이네요.
정신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일때문에 잠시 계절감각을 잊고 있었나 봅니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여유없는 마음 섶에 가을이라는 느낌이
깊게 파고 들고 느낌만으로도 시선은 낮아지고 가슴으로 휘어듭니다.


어쩌면 가을이란 말 때문에 혼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싶네요.
혼자라는 느낌때문인지 몰라도 괜하게 더 감성적이되어 영혼의 촉수가 넓어집니다.
마음의 눈이 넓어진다고 표현하는게 맞는 말 같습니다.


혼자라는 느낌..
서늘한 마음 어느 한자락만으로도 쉽게 신을 느낄수 있어 엄숙해지고 경건해집니다.
바로 이런때에 가을비가 뿌리네요.
지난날 신앞에 살아온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엮어지면서 부끄러워 집니다.


부끄러움때문에, 그래서 가을비는 차갑게 내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나만이 가장 잘아는 내 온몸과 영혼의 과거.
부끄러운 과거가 더욱 선명하게 증거처럼 가을비와 함께 서럽게 아프게도 내립니다.


비맞는 가을 잡초처럼 올림픽 대로의 수많은 차들..
어딘지 모르지만 줄지어 외롭게 방황하 듯 쫓아가는 자동차 군열..
늘 다니던 길이였는데 문득 낯설게 생소한 느낌이 드는 것은 무엇인지?
오늘은 내가 무슨 역활을 하기위해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것인지?
어느 한가지도 가벼운 것이 없는것 같습니다.


내 인생의 여름철은 지나가고..
이제는 밑도 끝도 없이 넋두리와 푸념에 바빠진다는 것은 내 걸어온 실수의
발자국을 변명하기 바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변명하면 할수록 실수의
발자국은 더욱 더 선명하게 찍히고 가을 단풍처럼 불그레 물이 드는 수치감이란?...


그만큼 수치가 많아서일까요?
자꾸 캥기는 부끄러움과 미안스러움 때문에 얼굴빛조차 불그레 물이 드는 것은
경박스런 성품때문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외로움이 심해지고 자꾸 혼자라는 생각이 들면 생각나는 음악하나가 있는데
혼자서 사람속에 섞여보는 즐거움, 혼자서보고, 듣고, 느끼고 감탄하고 그래서
내가 혼자만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음악은 바로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 다장조 (Cello Concerto No.1 in C major, Hob.VIIb:1) 입니다.


이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어릴적 쓰라린 고독 속에서도 빛나던 꿈을 생각나게
하기도 하고 성공이란 황금 면류관보다 화려한 포부가 가슴을 덥혀주고 열 끓게했던
그래서 갈등도, 고뇌도 고통도 모두가 기막힌 무엇을 전제한 희망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가슴 속 고독을 몰아냈던 희망의 음악 연주곡으로 기억이 납니다. 
물론 다른 분들은 어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요.


우리가 알고 있는 하이든 첼로 협주곡 하면 2번 라장조가 대표적인 협주곡 입니다
첼로 협주곡 2번은 슈만의 첼로 협주곡 가장조와 안토닌 드볼작의 첼로 협주곡

나단조와 함께 3대 첼로 협주곡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저는 숨겨져 잠자고 있던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 다장조가

훨씬 정겹고 우아한 느낌을 가집니다, 그 이유가 뭔가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솔직히 음악적 소양이 부족한터라 멋드러지게 표현할 방법이 없어 인터넷을

서핑한 결과 이런 글이 나오더군요.
딱 이거다 싶었던 말은 아니였지만.. 역시 전문가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그 이유는 첼로 협주곡 1번은 고전주의 소나타적인 면보다는 바로크적인 면이
많은데 오케스트라와 솔로가 대결하거나 퓨전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tutti와 solo로

번갈아 나오는 면이 많고 그의 초기작의 특징인 행진곡풍이고 리토르넬리 같은 면이 많아

음악적 감성을 풍부하게 전달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동활의 음악정원 컬럼중 발췌)


솔직히 이동활씨가 얘기한 말이 뭔말인지 선뜻 이해로 와닿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하이든 적인 묘한 엘레강스와 윗트가 1번 다장조에서 느낄수 있어 선호하는편입니다.
1962년 '프라하의 봄 음악제'에서 미로슈 사드로의 첼로, 찰스 마케라스의 지휘에 의해
체코슬로바키아 방송 교향악단에 의해 초연됐습니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을 연주했지만 유난히 제 마음에 남는

연주자가 있다면 두명의 연주자가 있습니다.

피에르 푸르니에의 연주는 밝고 우아한 선율미가 돋보이며 편안하고 서정적인 연주로

나를 감동시켰다면,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는  상당히 귀족적인 음색을 들려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도 하이든 협주곡의 초기 색채를 가장 뛰어나게 표현한 바로크적 연주자가 아닌가 싶네요.
밝고 경쾌한 1악장과  멜로디 메이커의 특징이 잘나타난 2악장도  매우 뛰어난 악장입니다,
오늘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 다장조 곡은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넷에 보니 장한나 첼로 연주곡도 있던데.. 이 연주도 장난아니게 훌륭하네요. 

 

오늘도 음악 한 곡 들으시고 비오고 우중충한 날 외롭다 느끼지 마시고 즐겁고 행복한 상상으로

밝은 날 엮어가시기 바랍니다.

 


Franz Joseph Haydn
Cello Concerto No 1 in C major, Hob VIIb:1

1 Moderato
2 Adagio
3 Finale. Allegro molto

Mstislav Rostropovich, cello & conductor
London Symphony Orchestra
London, June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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