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뮤직에세이를 써봅니다.

작년 말에 글을 쓰고는 조용히 지내온 듯 싶네요. 어쩌다가 그리 됐는지 흑흑...


세상 끝에 오는 소리처럼 가을의 바람이 아침 저녁으로 새로움을 전해 줍니다.

언제 여름이 있었냐는 듯.. 하나님의 여름은 내게 과중한 전기료만 잔뜩 빚으로 남기신 채

묵묵부답이시지만 계절이란 일관된 충실 측면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셨나 싶습니다.  


그렇게 가을은 시작되고 8월의 마지막 날비가 내리기 시작 합니다.

엷은 풀 물을 바르듯 도로 위에 내 몸 위에, 내 눈썹 위에 조용히 마음을 적시며 내리고 있습니다.
비.. 왠지 그 비로 인해 쓸쓸하다는 느낌이 밑에 가라앉았던 외로움을 위로 솟구쳐 올려 보내는 것 같습니다.   

옷을 벗은 듯 갑자기 부끄러움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무력하고 쉬이 절망하는 내 성격 때문일까요?

삶의 원리에 지쳐 쓰러지길 반복하는 내 생활 때문일까요?

심한 강박 관념이 조금은 허세를 보이며 위장하며 살고 있어서 그런 걸까요?


특별히 외로움을 극복해 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그 외로움도 편안함으로

만족하게 만드는 것은 모순의 덩굴에서 가끔은 나를 지극하게 사랑해주는 사람들 때문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일까? 사무실 안 열어 놓은 창 틈 사이로 차 오가는 소리와 형광의 빛들이 평화롭고

아름답게 느껴 집니다. 아마도 마음 속에 달고 따뜻한 마음이 나를 간질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을의 시작을 여는 좋은 날 브람스 곡을 하나 들어볼까 합니다

세상에 너와 나가 존재하는 이상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길 하나님께서 요청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이런 상생의 개념에 잘 어울리는 곡 하나가 브라암스 곡입니다.

'Concerto for violin, cello and orchestra in a minor op.102' by Brahms  

사람은 쓸쓸한 존재이고 그 쓸쓸함을 보듬고 살아가지만 우리의 심장을

울리고 공감하는 것은 바로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조용히 지하수처럼 맥을 이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랑함이라 생각을 합니다.

그런 존재들이 만나 함께 걸어 가는 것이 바로 사랑의 원천이고 화합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사랑은 점유를 탐하지 않고 서로 나누는 것이 아닌가 싶고요. 

그런 의미의 합당한 곡이 브람스 곡이 아닌가 싶습니다.

흔히 double concerto를 얘기하면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들지만

브람스도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멋진 곡을 썼답니다.

2악장에서 절묘하게 흐느끼는 두 악기의 조화는 브람스 음악의 진수라고도 얘기합니다. 


자, 볼륨을 좀 높이고 귀 기울여 보시죠.

Oistrakh와 Rostropovich가 연주하는 곡입니다. 

사실 이 곡은 브람스가 자신의 다섯 번째 교향곡으로 구상하고 있었던 음악이었다고 합니다.   


브람스가 이 곡의 형태를 협주곡으로 바꾼 것은 그의 친구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하임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요하임' 하면 우리가 브람스를 이야기할 때 소금처럼 끼는 사람이죠.

당시 브람스는 요하임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고 브람스는

그와의 화해를 위해서 이 곡을 협주곡 스타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클라라는 이 곡을 가리켜 '화해의 협주곡 '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브람스의 이 이중 협주곡은 낭만주의 음악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곡으로 모든 악기 중에서

가장 선율적이며 가장 변화가 풍부한 바이올린과 첼로가 독주 악기로 쓰이고 있으며

이들의 조화와 호흡이 아주 아름다운 곡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랑입니다

그 사랑의 의미를 깊이 나누는 비 오는 8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벌써 제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1주기가 다가오고 있네요.

돌아보면 왠지 슬픔이 앞을 가리고 없음의 존재가 왜이리 큰 것인지 새삼 힘들게 느끼지만

내게 주셨던 어머님의 사랑이 세상을 살면서 힘이 되고 용기가 된 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천국에서 잘 계시리라 믿고 싶습니다

추석 전에 어머님 계신 곳에 찾아뵐께요. 편히 계시길 바랍니다.

 

 

 

Oistrakh, Rostropovich - Brahms - Double Concerto in A minor, Op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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