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꼭 연애편지를 닮은것 같다.
꽃 스스로는 움직이지를 못하니 나비와 벌, 혹은 바람의 몸을 빌려
자신의 사랑을 전하는 것처럼...


멀리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편지를 통해 사랑을 주고 받는 게
꽃의 운명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중에서도 유독 멀쑥하게 목말라하는 꽃이 해바라기이다.


누군가를 사모하고 애타게 그리는  인생을 해바라기 같은 인생이라 말하지 않던가? 

내가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오직 하나만 바라보면서..

이 꽃을 보고 있노라면 갈망의 차이, 염원의 차이가
한 존재의 운명을 얼마나 크게 빚어 내는지 처절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해바라기는 워낙 태양만 생각하고 그곳으로만 고개를 돌리다보니
꽃모양마저도 자신이 사모하는 것을 닮아버리고만다.
해바라기의 바깥 둘레를 이루는 노란 혀처럼 생긴 꽃잎은
사실 별로 쓸모없는 장식용이다. 그 꽃잎안에 있는 작은 천개의
꽃잎이 암술과 수술을 가진 진짜이다.


하지만..

노란 설상화는 햇빛을 사모하는 마음을 형상으로 드러낸 해바라기의 빛둘레이다
사랑하는 것과 닮아버림으로써 스스로의 몸속에 그리운 대상을 품는,
해바라기의 사랑법ㅡ 늘 신기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해바라기가 해를 따라 도는 건 어릴때 뿐이라는 걸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해바라기도 성장하여 어느정도 키를 키우면 지향했던 향일을 거둔다는 것..
자신을 만들고 키워준 햇살의 젖줄을 떼는 해바라기.. 그 홀로서기에는 얼마나 많은
번뇌와 고민이 있을까 생각하니.. 우리네 인생을 바라보는 것 과 같다는 생각이든다.


살아간다는 건...

바로 성장한 해바라기가 자기가 사랑했던 태양과 헤어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아마도 살아간다는 것은 헤어짐을 익숙히 받아드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익숙한 어미의 자궁에서 벗어나 바깥 공기를 접하여 울음을 터트리는 일에서
시작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무수한 이별과 새로운 만남을 연속하다
마침내는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이 세상과 헤어지는 것으로 마무리 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헤어짐이 연속되지만,
이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가장 익숙해지기 힘든 것이 헤어짐이기도 하다.  
헤어진다는 것, 또는 버림받는다는 것,
그 아련한 가슴아픈 추억은 언제나 슬픔으로 기억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인간의 기억력이라는 것은 언제나 양면적이 아닌가싶다.
좋은 기억이야 힘이 되지만, 슬프고 아픔 기억은 언제나 스스로를
약하게 만들뿐이니까. 그래서 점점 사람들에게 다가간다는 것..
예전처럼 한발 먼저 다가가 '안녕', 그 한마디를 던지기가
두려워지는 까닭은 바로 헤어짐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그건...
절대 " 싫어해서가"  아니고.
절대 " 지겨워서가"  아니고
해바라기와 같이 성장함으로 홀로서기에 익숙해져 버리기 때문일 것인데..


하지만, 내게는 너무 두려운것이되어버렸다.
이렇게 계속 상처만 받다가는 내 마음이라는게 남아나질 않을테니깐.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참 초라해보인다. 아니, 안쓰럽다.

오늘도 또 마음 속 상처를 입고 나와 인연이 되지않은 이들을 내곁에서

멀리 떠나 보내려 한다. 잘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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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해가 시작 되었지요?
새해가 되면 사람들이 해 뜨는 모습을 보기 위해 바다 혹은 산을 찾아 갑니다
칠흑 같은 밤을 견뎌내고 지나야 이윽고 태양이 떠오릅니다.
그 멋진 순간을 눈으로도 담고, 사진으로도 담아내지요?


정말 오랜만에 여행을 떠났습니다.

설날과 설전날 이틀은 거의 책과 음악과 주전부리와 함께 살을 찌운 후

컨디션 아주 좋게 해서 여행 떠날 채비를 했지요. 

설날이라고 해봤자 정말 할 일없이 빈둥빈둥, 머리에 까치집 짓고

방구들 무너지게 엑스레이 찍는게 일이니깐 말입니다.


2월 첫날 강원도 땅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와 운무가 뒤섞여
묘한 기분을 자아냈답니다.  이런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공포영화

한장면이 연상되었습니다. 바람이 부는 소리와 코에 와닿는 냉기..

정말 옷깃을 단단히 여며야 할 정도로 거센 바람이 휘몰아 쳤지만

아름답고 찬란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몸 속 세포가 시시각각 바뀐다는데,
마음의 크기도 그렇게 달라지는 걸까요? 
예전에 다 들러본 곳이건만, 풍광은 또 왜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는 것인지
새삼 놀라움뿐이었습니다.

 

이번 강원도 여행은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기분 좋음으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가는 길 마다 즐거움이 하나 가득 이였다고 하면 놀래실까?
가는 곳마다의 맛 집 선택도 그랬고 들른 곳도 하나같이 좋아서 행복했었더랬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지 않나요?
아직 새해 인사를 전하지 못한 지인들도 많은데, 벌써 설날이 지나고
입춘도 지나고 한 주 시작 목요일이 되었네요..


여행 후기를 쓰려고 막상 앉으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멍하니..ㅋㅋ
그래서 잡다한 생각을 그냥 넋두리하듯 쓰게 되네요.


소설가 김중혁씨가 말했듯이
" 시간은 순환하는 게 아니라 단순한 직선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끝을 향해 달려가는 직선의 시간, 시간이 직선이라면 나이도 필요 없을 것이다
나이대신에 살아온 날들 얘기하는 게 훨씬 와 닿지 않을까
” 라고 썼던데
그의 말에 전적으로 긍정적인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정신차릴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보니,
당연히 해야 하는 것 혹은 소박하나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어서 우선 순위에
밀려난 것, 우리 그런 것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을 해봅니다.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흐른단 생각에 바꿔보려 합니다.
생각이 날 때 미루지 않고 시간이 되면 여력이 되면...
올해부터는 그렇게 바꿔보려고 합니다


그의 첫 번째 행보가 강원도였으니 마음이 참으로 행복하다 생각이 들고
마음에 큰 수확을 안은 것처럼 기쁨이 넘칩니다.


바깥의 찬바람은 서울의 지금 날씨나 강원도 대관령 꼭대기에서 느끼던
그 느낌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소박하게 행복할 수 있던 그날이 오늘 생각해보니
좋고 그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름대로 나만의 시간을 잠시 잡아두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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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ng-washing-drying
 
 
 
and...


hard pressing

 

 무엇이나  깨끗한 것은  상쾌한 기분을 안겨준다
일을 끝내고 손 발을 깨끗이 씻었을때,
말끔하게 청소를 한 집안에 들어섰을때,
깨끗한 거리를 걸어 갈때, 세탁한 옷을 입었을때.
그처럼 사람이 자기 마음을 그리고 감정을 깨끗이 세탁했을때 느끼는
상쾌한 기분은 마음마저 가볍게 해준다.


오늘은 토요일,

아무런 약속도 할 수 없는 기다림

결국 잃어버린 지갑을 그리워하 듯 
일주일간 노고한 옷들을 모두 드럼안으로 밀어넣었다.


주머니속을 일일이 뒤집어 보니

운좋게 5,000원이나 공돈이 생겼다.
드럼안의 한바탕 소동이 잠잠해 지고
일열로 나온 와이셔츠와 바지...그리고 양말.
목욕하고 나온 착한 아이처럼 모두 말없이 순해보였다.


녀석들 모두 허수아비처럼 옷걸이에 걸어
한낮의 따스한 햇살에 일광욕을 시켰다.
오후가 되어 바삭바삭할 만큼 가벼워지자
하나씩 다림판에 눕혀놓고
적당히 달궈진 다리미로 칙~소리나게 구워버렸다.


다리미의 스팀을 타고 올라오는 세제냄새가
가슴을 차분하게 만든다.
한주를 또 새롭게 만들자
가슴속에 또 하나의 열정을 품고


Refres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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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한자어들을 다시 떠올려보다가,
그 한자 조합을 볼 때면, 새로운 느낌을 주는 단어들이 있다.
 
孤立


고립도 그러한 단어였다. 
외롭게 서있다. 고립은 그런 뜻이었던 것이다. 
그냥 누구와 떨어졌다거나, 산사태, 폭우 등으로 산이나 섬에
갇혔다는 의미로서가 아니라, 그냥 외롭게 서있다면 모두
고립이라는 것이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외롭다고 느끼고 있으니,  
그냥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고립되어 있는 것인가? 
당분간, 난 나의 고립을 조금 더 지켜보려고 한다.


아니 아주 오래전부터 난 고립이 되어있고 그 고립안에 탈출하려
몸부림치지만 시간이, 생명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 것 같다.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독감방 안에서 죽음과 대좌하는 순간을

어쩌면 맞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때 난 어떤 의미의 남자로 남을까?

 

독거노인... ㅋㅋㅋ

 

그래 인지 어릴적엔 삶이 모두 판타지였던게 아닌가싶다. 
현실과 꿈, 그 경계가 불분명했고, 그로 인한 세계관도 판타지적 이었다. 
어릴적 존재하던 통행금지와 등화관제,

그 속에서 존재하던 낭만적인 분위기의 판타지..

 
또한 만화 똘이 장군의 신화 속에 강요되던 반공 사상의 판타지.. 
그 모든 것이 판타지였다는 것을 깨닫기엔 너무나 많은 아픔이 있었다. 
피터팬이 자신의 현실을 거부하고, 네버랜드로 떠났던 것처럼,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나를 괴롭힌다.

 
그것은 판타지가 갖는 낭만적 향수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가 유행하는 원인이기도 할 것이다.
과거 국가와 부모로부터 판타지를 강요받던 시대가 지나가고,
자신이 자신의 판타지를 선택하는 시기에 이르러 다가온 유행...

 
피터팬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웬디가 다시는 피터팬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한번도 피터팬을 만나지 못했다는 이유때문이 아닐까?.


요즘 날이 갈수록 헛헛함을 느끼는 것은 혼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갖지 못하는, 실제 내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고통의 발자국 소리를
듣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고립된 욕망의 남자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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