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길을 걷다가 풀숲에 파닥거리는 햇살이 투명해진 것을  발견하게 될 때면
가을이 왔음을 느끼게 되곤 한다. 단조로운 녹색의 풍경이 오색의 단풍으로
물드는 그 변형의 진리는 언제나처럼 시간과 함께 조각되어 가는 인간의 삶을
새삼 깊이 생각하게 해준다.


여름철의 뜨거운 태양보다는 설핏한 햇살이, 그리고 무성하고 우거진 푸른숲보다
단풍져 낙엽이 지는 나무숲이, 또 무더운 바람보다는 오스스 옷깃에 스미는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 인간은 까맣게 잊었던 스스로의 내적인 세계를 뒤돌아 보게 된다.


그만큼 사람의 눈에 보이지않는 정신의 세계와 마음의 세계...
오색에 물드는 단풍의 매력을 지닌 멋과 아름다움을 갖추려면 자주 마음의 거울을
드려다보고, 그 거울에 뿌옇게 먼지가 끼었을때에는 말끔히 닦아내는 정성을 쏟아야한다


세종대왕님의 한글 창제 뜻을 기리는 하루...
내 마음에 가득찬 얼룩진 까만 점들을 씻어내고자 대장경 세계문화축전의

특별행사로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주최한 해인 아트 프로젝트라는 미술전을 관람하고

자연의 성스런 풍광에 감사하는 하루를 지냈다.

당일로 다녀오는 수고스러움은 컨디션 저하의 무리감을 주긴 했지만 마음만은 명징한 상태.


해인아트 프로젝트에 출품한 40여점의 미술품들..
저마다의 고도 대중사회를 사는 인간들의 행동 가치관에 경종을 주고자하는
현재 중심주의, 기술 문명  지향주의적인 다양성을 배제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천년고도의 사찰에서  전시를 하는 만큼...
인간 본연의 업를 통해 불교적 색채를 띤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다.
새로운 인간형, 새로운 인간 행동의 가치관, 새로운 사회구조, 오락적 정서 보다는
순수하고 투명한 자유를 강조하려 했던 작품들이 눈에 띄였던 것 같다.


정신의 고향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너무도 많았던 전시회.
욕심도 거짓도 없고 고요속에 환상의 나래를 펼쳐가는 사색의 장원으로 내자신을
함몰시켜 갈 수 있었던 매혹적인 시간이였던 것 같다.


허식으로 차 있는 인간의 얼굴, 욕심으로 차 있는 인간의 얼굴,
비열로 차 있는 인간의 얼굴, 생존을 위해 갖게 되는 그 고통스러운 시간들 앞에
허해지는 내 마음을 잠시나마 구해주는 완벽한 자유시간이 아니였나 생각해보며
꺼져가려는 내 두뇌의 불꽃을 바라보며 내 스스로를 지켜보려는 갸냘픈 저항의
힘을 조금이라도 준 시간이 아니였나해서 기쁨으로 전시회를 잘 다녀왔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촬영한 작품들...(작품 해석은 홈피에서 발췌)

 

1. 천경우의 <고통의 무게>

 

생은 고통이다.

작가는 내적 고통이라는 개념에 주목, 인간 내면의 마음 상태를 돌이라는

물질로 치환.. 보자기에 담겨있는 돌은 자기 고통, 번뇌만큼을 포장 

 

 

2.임옥상의 < 허허 미륵 >

 

12미터에 이르는 비단 천 210장 위에 화엄경을 필사하고 그 천들을 천장에 설치한다.

임옥상은 관람객들을 천 사이로 고요히 거닐게 하는데,

이런 행위 속에서 부처님의 뜻을 깨닫고 성불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작업으로 나타내고 있다.

 

 

3, 쉬바차치  <수맥 탐사자 The Water Diviner>

 

과거의 깨끗했던 환경에서 현재 수질오염의 심각성까지 환경문제에

얽힌 개념들을 사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  

 

 

4, 이이남  <자연-인간-순환, 산장고일도 >

 

“일상에 지친 사람은 나름의 유토피아를 꿈꾼다.”
계절의 변화를 담는 등 친근한 이미지 위에 시간의 흐름이라는 개념을 적용한다.

시간을 담고 있는 그의 작품 앞에서 사람들은 오래 서서 생각에 잠기고,

마음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게 된다

 

 

5, 렁 미핑, <미래를 기억하다 2013 Memorize the Future 2013>,

 

“외적 영혼을 보존하는 매개체로서의 어린아이 신발”

불교에서 머리를 깎는 것은 스님 성직 서임에서 거쳐야 할 과정으로

이 것은무아(無我)로 이르는 영혼의 길과 외적인 희생을 상징한다

 

 

6, 리나칼라트  <날씨의 변화는 세계와 우리를 바꾸기에 충분하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적인 요소인 날씨 같은 요소를 관료주의적 도장에 넣음으로

무언가를 증명하는 것 같다. 증명일까 아니면 미래에 대한 위트있는 예언일까?”
작업을 통해 작가는 사람이 사는 사회가 관료주의적 조직체로 운영되고 있지만

초자연적인 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더 자세한 작품을 소개받으려면 해인아트 프로젝트 사이트를 들어가보라

http://www.haeinart.org/index2.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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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그날의 풀과 같으며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
그것은 바람이 지나면 없어지나니 그곳을 다시 알지 못하거니와...
10월의 태양이 무량히 쏟아지고 북한강의 물은 소리없이 흐른다.
 
지난 주말 토요일..
구리의 코스모스 꽃길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마치 낭만파 화가의 그림처럼 꽃과 꽃대와의 비대칭 하늘거림이
마치 햇빛속 실타래를 풀어내 듯 아름다운 화폭을 그려내고 있었다.

 

나는 내 마음에 깨끗하고 맑은 가을 하늘의 정취를 담뿍담아
내 인생 여정의 깊이를 재고 싶어졌다. 생성과 소멸을 거듭해온
가을 한때의 모습을 뽐내는 코스모스처럼...

 

지독히도 긴 마라톤 트레킹 코스를 걷고 또 걷고..
생각지도 못했던 긴 거리를 혼자서 무작정 걸으며 이렇게 운동하면
금방 뱃살 빠지겠구나 생각하며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며 무척이나
착한 학생처럼 나와 타협했던 시간..

 

너무 힘들어 집에들어와 부처 와불상처럼 드러눕고 싶었지만 온몸이
쑤시고 힘들어 제대로 잠도 못들었다. 운동도 적당히 해야 좋은걸
이때 깨달았다. 나의 작은 지혜가 작동하지 못한날,  한심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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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와 함께 보러가기로 했던 라이프 사진전...
서로 만날수없는 간극으로, 참을성없는 나의 의지력때문에 결국 후배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먼저 사진전을 다녀왔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라이프지의 위대한 사진작가,
안드레야 파이닝거, 고든 파커스, 마가렛 보우케 화이트, 알프레드 아이젠 스타트,
유진스미스의 사진작가들이 찍어논 역사의 장면들속에 온전히 나를 맡겨
때론 1930년대, 때론 1960년대, 때론 1970년대를 오가며 그림같은 세상속에 행복감을 느꼈다.


삶에대한 일상적인 기록은 라이프지의 본바탕이며 역사이다.
인간이 겪는 삶의 주요 사건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한장 한장 사진에 자신의 기억을
대입시키다보면 예기치않는 기쁨이 나를 반기는것 같다.


사진이 인류의 역사에 남겨준 발자취는 위대하다.
망각을 보완해주는 문자와 더불어 사진은 과거라는 궤적 위에 현재를 세우고,
그 위에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아닌가싶다.


라이프지의 사진 이미지들 속엔 역사가 있고 추억이 있다.
추억의 갈피들이란 게 책장 넘기듯이 순차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여러 파편(破片)들이 얽히고 설켜서 추억이라는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가.
기억의 파편들이 조합할 적에는, 나름대로의 질서를 가지고 있어서 정연하게 이어지기도 한다.


진위 여부는 희미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틀림없이 그러했다는 영상이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잡는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논리의 정연함 때문일 터인데,
마음의 밑바닥에 남아 있는 소망 또는 욕망이 논리를 이끌 터이고,
영화나 소설 속의 풍경이 어쩌면 낭만적인 풍경의 색채를 입힐 지도 모르겠다.
 

추억이라는 것이 욕망에서 비롯된 이미지들이 조합된 것이라면,
혹 내가 바라보는 현실이라는 것도 이미지에 의해 구현된 것은 아닐까?

 
실체, 이미지, 실체, 영상 ….
실체라는 것이 이미지가 빚어낸 영상이라면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허상일까. 꿈일까. 현실과 꿈은 같은 것인가, 아니라면 그 경계는 있을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실체는, 이미지의 얼마만한 깊이에 감추어져 있는 것일까.
라이프 사진전은 2013년 가을을 맞는 내게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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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담아둘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
가슴에 담아둔다는 건 별처럼 빛나는 빛이나 봄꽃처럼 향기로운 것이 아닐까?
내일의 슬픔을 동반할 그런 사람이여서는 안되고 미래에 외롭지않을 눈빛만으로도
그마음을 전해받아야 할 그런 사람들이다.

 

그래야 생활에 지쳐 몸은 고달프더라도 마음만이라도 외롭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잘하는 사람이기보다는 한발 물러서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먼 발치에서라도 한 줄기 끈으로 이어져 연연케 하는 사람이면 더욱 좋겠다.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며 살펴보아도 내게 그런 사람이 있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한다
이 가을 바람이 불고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는 날.. 악세사리처럼 반짝이며 다가오는 사람
갑자기 생각나며 모처럼 찾아든 소중한 감정의 흐름을 고이 간직하고 싶어진다.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래전 보름동안 출장을 해외로 떠난적이 있었다.
같이 동행한 직장동료였는데 어찌나 식구들을 그리워하는지 옆에서 보기가 딱할 정도였다
희귀한 풍경이나 입 맛도는 음식을 대할 대할 때마다 그리운 이들을 들먹였다


" 그와 함께한다면.." " 그와 함께 본다면.." 그 동료는 노상 그런말을 담았다

 

처음만나는 물질문명의 황홀함 조차도 그의 식구 앞에서는 무력해 보였다
그런 그에게서 인간애가 느껴져 부러웠다. 챙기고픈 사람이 있고, 마음 써야 할 사람이 있다는것,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이 세상에 또 어디있겠는가?

 

그리운 사람, 못견디게 그리워지는 사람을 간직해 보는 것은 그래서 더욱 귀한 것이 아닐까싶다.
이제 슬프도록 화사한 계절에 만나지는 사람들, 애닮도록 그리운 사람들이 있어
긴 사연을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겨진다면 진실로 아름다운 세상에 조금은 눈부셔도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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