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야 

오랜만에 사람 사는 집처럼 시끌벅적하다.

전 부쳐지는 소리, 고깃국 끓는 냄새, 조용했던 집안에 사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아이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난간 집안은 적막하다.

 

그 쓸쓸함이 외로움으로 다가오고 한 곁의 텔레비젼의 소리는

무서우리 만큼 나를 괴롭히며 괴물처럼 따라 붙는다.

무료함과 나른함이 나를 정신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한다.

 

언젠가 동갑친구들과 여행을 했던 자그마한 섬..

국화도.. 그곳의 추억은 참으로 정겹고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는다.

작은 섬이라 잠깐이면 동네 한바퀴 돌 듯 끝나는 여행지지만

지친 이들의 마음 휴양은 그곳만큼 위안을 주는 곳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잠깐의 휴식을 위해 길을 떠나는 것이지만 홀로의 여행은

늘 나를 두렵고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떠난다는 것 만으로 나는 흥분을 감 출수 없다.


무엇인가를 찾아서 떠난 것은 아니다.  
떠난다는 것 자체가 무엇인가라는 사실이다.
바람이 살갑게 불어도.. 뜨거운 햇살이 나를 익게 만들어도
삶의 기억들이 소리 내어 울어볼 수 있도록
어둠이 까맣게 칠해진 그 길을 떠날 수 있음에 행복하다. 
 
팔랑거리며 떨어지는 탄력.
융합과 분해를 거듭하는 나의 자그마한 생각들..
내 몸 안에 수분은 자꾸 말라가고,
무성한 잡념들은 아픈 상처를 생선 비늘
털어내 듯 털어내고 있었다. 
 
차가 움직이는 창밖 풍경은 농익은 여인의
자태처럼 나를 향해오는데  창이 흔들리듯 내가 흔들린다.  
고독을 바라보는 그림자 찾기 방황은 열기의
아쉬움을 남기고 가을 풍경 속으로 빠져 버린다. 
 
추석 명절의 연휴를 보내면서 고달프고
허전한 절후를 거역할 수 없는 허탈로
무기력하게 겪었 냈지만 그래도 홀 로이 떠난
작은길에 내 감정의 송구스런 호의
그리고 따뜻함을 알게 되어 너무도 기쁘다. 
 
누구도 빼앗지 못할 진실의,
누구에게도 손실을 끼치지 않을 연약하나 서두르지 않을

따뜻한 마음을 허락한 신의 안배에 감사를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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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각자의 테마 뮤직으로 자신과 인간의 한스러움을 훑어내고, 씻어내고 또 위로한다.
가을은 때에따라 제 멋에 제 기분, 제 신명을 끌어내는 매미소리로. 귀뚜라미 소리로.
가슴을 씻어내고 삭이고 말리고 또 잠재운다.


물을 뿌리듯 싱그러운 바람은 불어오는데..
격렬하고 산란한 마음이 비수로 찌르는 것처럼 다가온다.
작년도 그랬고 올해도 추석 명절은 어김없이 엷은 유리에 한 겹 입힌 사진틀처럼 격리된 느낌이다.

 

의사의 집도를 기다리며 수술대위에 뉘어져 있는 병든 환자처럼...
몇 칠간 세상과 단절된 나 혼자만의 시간을 어찌 지낼까 생각해본다.
신경을 죽이는  마취의 방법만이 가장 좋은 구원이라  생각되어지지만...
막연하게 감상에 휘말리기에는 내 맘이 강팍스럽다.

 

그래..
이번 추석 연휴에는 내 생활 안의 것들을 정리해보자.
생활 그 안에 으뜸으로 귀한 것은 아무래도 사람이다.
사람으로 인해 괴롭고, 기쁘고 사람때문에  내 미혹의 끝은 헤아릴 수 없다.
내 생활 안의 사람들을 조심스럽지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내겐 사람에 대한 관심이 중요했고,  사람이 주는 상처와 그 달가운 허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다. 내가 사랑하고 관심을 쏟았던 사람들,
실로 거대하여 다른 여러 가지들 까지도  가렸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 삶의 진지성 때문인지 유머 스럽거나 위트하지는 못하지만 
술수나 잔재주를 부릴 정도의 사람이 못되기에
나는 사람을 사귐에 있어 나의 순수성을 그대로 드러내어 사귐을 가진다.

 

그러다 보니 너무 솔직해 오해와 편견을 가지는 경우도 있고
전혀 내가 생각지 못하는 다름 사람으로 평가받고
나 스스로 황당해 하거나 지쳐 할 때도 있다. 이것이 내가 갖는 한계일지 모른다.

 

다소 즉흥적이라 어떤 때는 너무도 쿨 해서 문제일때가 많다.
그래서 말없이 고개 틀고 앉아, 한 숨쉬면서 속 끓여 고민할 줄 모르는 듯 하여 겉보기에 낙천적이다
아니 낙천적 인상이 강하지만 사실 어찌 보면 여리고 여린 마음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갈등하고
사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 갈등으로 인해 그만 끝내야 할 사람들과 단절을 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면
벌거벗은 내 거울 앞에 용서가 될까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번 추석 명절은 내게 있어서 그런 사람 들과의 단절을 결심하고 잊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데 좋은 기회가 되는 연휴라면 쓸쓸하고 외로움이 나를 힘들게 했다 해도
좋은 결과의 시간이 아닐까 위로해본다.

 

내가 잘못 판단을 했든..
아주 시원스레 잘 된 판단이든 구속을 벗어나 내 기억속에 잊어야 할 몇몇의 사람들.
적셔도 적셔도 목이타는 갈증으로 또 다시 호명되어질지 모르겠지만
이별은 종말이 아니라 희망을 가지는 이별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몇 걸음 앞에 놓인 차후의 감정적 곡선은 매일 내게 새로운 과제로 남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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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신의 이름을 찾고자
망설임없이 제단 앞에 엄숙함으로 나의 마음을
바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에 오자마자 허기 스러움이 밀려온다.

허기가 진다는 느낌보다는 막연한 외로움

혹은 그리움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성질이 급한 나로서는 그 허기짐을 참기가 참으로 힘들다.
금방이라도 위 속의 모든 기관은 긴박감으로 나를 죄어온다,   
매일 매일 관성의 법칙처럼  밥상에 오르는 반찬보다는

뭔가 특별한 것을 먹고 싶어 졌다,


그래서 오랜만에  국수를 삶고 정성스레 지단도 만들고

신에게 봉헌하 듯 내 몸 화단에 풍성하고 비옥한 꽃들을 피워냈다.  
보잘것 없는 상차림이지만...

내가 만든 음식이라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다음부턴 교회 식당에서 밥을 먹던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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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아득한 합창처럼 창으로 밀려온다.
주말의 아침은 늘 편안하고 현실이 알몸으로 드러내는 평일보다는 여유 스럽다.
오늘은 친구 딸이 결혼을 하는 터라 다른 약속을 잡기에는 애매한 상황이다


한생애에 한 사람의 반려.
이건 뼈아프게 준엄한 인간적 원칙이다.
결혼은 요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결혼 생활을 해 본 최종적 결론이다.


자신이 참여하여 경작하여야 할 농지이며 개척해야 할 황무지여야 한다.
결혼은 사랑하기 때문에 이뤄져야 할 필연의 이유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 " 가 결혼의 동기가 되어야 한다,


결혼은 사랑이 변신한 무덤도 아니며 기화요초 찬란하게 만발한 낙원은
더욱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신부의 자리는 내 인생을 그 앞에 내놓고
함께 지키기 위해 어렵게 획득한 자리여야 할 것이다.


사랑과 신념과 성실, 이것이 가장 큰 결혼의 지참금이 아닐까 싶다.
친구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랑에는 긴 묵념과 기도와 인내와 희생이 있어야한다.
그래야 세상을 관용하게 되며 인생을 참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갑자기 한 여자가 생각난다.
결혼을 해보고 싶어하는 여자. (어패가 있나?)
사람 사는 것에 무슨 특별함이 있냐고 한 남자 만나 즐겁고 행복해진다면
그것이 사는 삶이라고 자기 반려자를 찾는 그 여자..


그러나 인생의  첫출발을 내딛고자 하는 또 다른 발걸음을  찾는다는 게 쉽지않은가보다
그래도 늘 준비하고 만나고 그 결혼을 위해 행보를 걷고 있으니 이번 가을엔
꼭 결혼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그래서 그녀의 가슴에도 천혜(天惠)의
이슬이 맺혀 지길 간절히 기도를 해본다.


가을이다.
곳곳에서 내게 결혼 청첩장을 무슨 고지서처럼 전해준다.
나도 이처럼 자신 있게 결혼 청첩장 내밀어 책임을 다하고 싶어 진다.
나이가 과년한 내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진다.
딸 가진 부모들 다 똑같은 입장일 것이라 생각이 든다.


내 딸은 언제쯤 하얀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그곳에 안착할 수 있을까? 이 가을에 아름답게 성숙한 내 딸의 안위가 갑자기
물어보고 싶어 진다.


무엇보다 친구 딸 결혼식..
슬기 넘쳐진 미래를 바라보는 결혼이 되어 지길 바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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