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 잔인한 4월은 나름대로 위안받을 수 있는 정도로 수습되고 대처 되었다.
5월 일을 시작하는 첫날...
후배의 초청으로 힐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나 할까?


형!!  김은영이라는 가수라는데 노래를 잘한다네?...
아마 그 후배도 그 가수가 누구인지 몰랐던것 같다.


빠에서 작은 콘서트를 한다 하는데 처음엔 재즈가수 웅산의 본명이 김은영이여서
재즈 장르의 가수라 이름을 후배가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에 덜컥 그 콘서트 나도 갈께..
헉!!!  나중에 알고보니 포크가수 김은영이라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낯설은 가수 이름... 
 
봄에 따뜻한 날과 추운 날을 예측하기란 참으로 어렵듯이 나 역시 포크가수 김은영이란
말에 왠지 썩 내키지않는 것이 마음속에 갈까 말까를 수없이 망설이다가 그래도 약속이니
가서 즐기자는 마음에 따라 나섰는데 그날따라 날이 잔뜩 흐려 있는 품이 내마음같았다고나 할까?


내 삶에는...
편안함도 따뜻함도 미래라는 것도 없는것이 아닌가 하는 어설픈 생각이든다.
하필 선택한 음악 콘서트가 알지도 못하는 여가수라니...?
이 세상에 얼굴을 묻고 목놓아 울 수 있는 작은 가슴마저도,
그만큼의 공간도 허용되지 않는 삶은 진정으로 없는 것일까?


마음이 스산하다.
바람은 바깥에서만 부는 것이 아닌가보다.
가슴의 밑바닥에서 이는 바람 또한 맵고 짜고. 시리다.


그래도 어딘가 있을 따뜻하고 포근한 세상이 있다고 믿었기에,
고통을 인내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나. 여전히 그 삶을 찾아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머릿속에 각인된 넉넉하고 아름다운 유년의 시절이라든가,
언젠가  젊은날 가슴 쿵쾅이며 사랑했던 여자아이의 상큼한 머리 내음처럼...

 

 

콘서트 시간이 되고...
처음 본 그녀의 첫 노래가 끝났을때 나는 이미 가슴이 흥분이 되고 있었다.
때가 묻으면 묻을수록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것들이 있다고 하던가?


더께 앉은 때는 세월의 묵직함 때문에 가라앉듯 묵직한 색깔을 내보이는 가보다.
아마 거기에는 모진 풍파를 견뎌온 인고의 삶이, 발돋움하고 넘어보던 소망의 삶이
담겨 있어 그런것이 아닌가싶다.


성량이 풍부한 가수가 라이브콘서트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쳐 보이는 건,
조작되지 않은 소리, 다듬어지지 않은 소리, 현실의 소리를 통해 자신의 참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이든다. 알고보니 그녀는 70-80년대 이필원 박인희가
만들어낸 뚜아에무아의 3기 여성 보컬 멤버였다. 그래서 역시... 하는 말이 나오는가보다.


가수는 라이브콘서트를 할 때 존재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생각,
노래를 통해서만 존재하고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 .
그런 점에서 요즘같이 음반으로만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고, 거의 대부분을 웃기지도 않은
쇼(show)를 통해 쓸데없는 말장난이나 하며 스타라고 자처하는 아이돌 가수는
허망하기 짝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매 하나와 댄스 동작 하나로, 카메라 각도와 조명, TV방송국의 상업주의와 맞물려
가수연(歌手然)하는 이들. 얼마나 상품 가치가 있는가가 중요하지 실제 그들이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는 문제되지 않는 요즘 시대. 높거나 여린 목소리로 몇 소절 부르면 대단한 성량이니
감성적이니 운운하는 노래하지 않는 가수들, 노래를 들려주지도 않고 노래를 들을 수 없는 가수들.
어쩌면 우리는 노래가 없는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든다.

 
노래가 없는시대는 불행한 시대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대중가요는 대중들이 언제나 흥얼흥얼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이며,
본래 그것은 대중이 창작하고 대중이 부르는 노래라 생각한다.


관념이 만들어낸 노래보다 경험이 만들어낸 노래의 생명이 더 길지않을까?
항상 되풀이하여 부르는 건 경험을 삭혀 낸 노래들이라는 생각.
대중가요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만남과 사랑, 이별을 한결같이 노래하는데.
노랫말이 어떻든, 박자나 음정이 어떻든, 노래는 부르는 이 자신의 노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살아있는 노래이며. 얼마나 몸과 마음으로 우려내어 부르는가에 따라
노래는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은영 포크가수....
처음 들었지만  아니 어쩌면 70-80 시대에 너무도 익숙하게 들었을지도 모를...
일단 그녀의 목소리는 곱다. 단아하고 청아한 톤의 목소리..


목소리가 곱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 도 있다.
70년대라면 고운 목소리만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겠지만 다양한 음악이 범람하는 요즘엔
개성이 없는 목소리로 밋밋하게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내면의 맘을 읽어내려가는 기술이 있는 것같다.
언젠가 들었을것 같은 느낌의 편안함과 흥겨움.. 여름철 시골 툇마루에 드러누워
솔솔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오수에 잠길 듯한 그런 휴식을 주는 목소리의 톤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모르겠다. 그녀의 콘서트가 끝나고 그녀의 1.2집 음악 앨범을 사들고
집에 들어오는 늦은 밤 모질게도 비는 내렸지만 머리위로 떨어지는 빗방물이 리듬이되어

나의 발걸음은 얼마나 상큼했었던지... 기분 짱이였음을 ^^* 


일단 70년대 포크가수의 창법을 벗어난 조금은 모던 포크를 지향한 뮤지션으로 가능성이라고나 할까?
그녀의  앨범 컨셉으로는 부족함이 드러나 보이긴 하지만 나름 그녀의 색깔을 분명히 한
음악 앨범이라는데에 이견을 달고 싶지않다. 다만 레퍼토리나 편곡 자체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특히 1집은 창작곡도 몇곡 있었지만 리메이크 곡이 너무 많아서 아쉬움이 크다면 크다 할 수 있겠다.
사랑과 그리움의 정서가 진동하는 노래는 뚜아에무아의 보컬이 아닌 솔로가수 김은영의 스타일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금석과 같은 앨범이 아닐까싶다.

 

그녀의 목소리가 담긴 음악 한 곡을 올려놓는다.

4월엔 참으로 눈도 지겹게 많이 왔다

5월이 되었지만 봄날씨의 무쌍함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봄눈 내리는 새벽이라는 노래이다.. 한번 감상해보고 팬들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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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화잡지를 읽다가 요사이 가장 잘나간다는 시나리오 작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서른 근처에 그는 막노동 판에 나가 아무 생각도 없이, 아무 미래도 없이 노가다 판에서
일을 했답니다. 그 바닥에서 뼈가 굵은 노인들과 소주를 사발로 들이키며 허름한 인생의 바닥을
들여다보았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인생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가만히 한번 지켜보았던 것 같다고...'


나 또한 요사이 내 인생이 과연 어떻게 진행될까?
이 화두는 젊을때나 나이든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는듯 싶습니다.
모든 일손을 놓고 가만히 내 시간들을 들여다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잔인한 4월은 어김없이 내게 생각의 혼란과 무능함을 깨우쳐주는군요.
지금 내게 작은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그 문제와 관계없이 가끔은 이런 생각들을 통해
자신에게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이행 하고자하는 나의 채찍질하는 방법이기에
이글을 읽으시는 블러그 친구분들  혹시 하는 생각을 하실까봐 넋두리 처럼 말을 잇습니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은 두고두고 피곤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직은 아니라고, 좀 더 지켜보자고 내안의 누군가가 속삭입니다.


사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원치 않는 삶을 사는 사람보다 열두배는 더 고생하고 스무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던 어느 여성 영화감독의 말이 목에 턱턱 걸려들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시간을 아껴 지겨운 공부를 반복했던 친구들에 비하면나는 그리 노력 없이도
별 탈 없이 그럭저럭 잘도 흘러 왔습니다.


직업 선택이 잘 되었던 잘 못되었던 나름대로 그 분야에 한 일가를 이루고 나름의 전문가라
생각하며 잘 살아온 한 평생이였으니.. 그리 후회도 없습니다..
그러니 누군가, '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군... 정신차려!' 하고 죽비로 뒤통수를 사정없이
갈겨줬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사는 게 세상 탓이기 보단 내 스스로의 탓일 공산이 큽니다.
네온처럼 확실한 불빛을 내쏘으며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지도 못하며 먼지들에 가린 별처럼
보는 사람 없어도 제 빛을 발하며 묵묵할 줄도 모르는. 제길... 아까보다 더 내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레이 브라운이  아주 오래전에 국내에서 공연을 했다 하더군요. 못가본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는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 마일스 데이비스와 공연했으며,
그 유명한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멤버였고 엘라 피츠제렬드의 남편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재즈 역사의 후반부 동안 언제나 재즈의 중심이었고 이름 있는 연주자들은 누구나 다 한번쯤은
그의 베이스를 배경으로 발을 구르고 어깨를 들썩여 보았을 것입니다.


풍만한 덩치와 풍부한 음색, 넉넉한 웃음과 공간 가득한 유머스러움까지.
제몸처럼 악기를 연주하고 다른 연주자들을 받쳐주고 밀어주고 다독여주는 그의 손가락.
상상해 보건데... 그의 손가락을 '개구리 발바닥' 아니, '개구리 손바닥'처럼 생겼다고
말해야 할것 같습니다.


앞으로 베이스 연주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그의 손가락이 얼마나 개구리와 닮았나는
보아둘까 싶을 지경입니다. 어쨌든 베이스 위에서 춤추던 그의 손가락은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을끼 싶습니다. 오늘 뮤직에세이의 추천곡은 오래 전부터 사랑했던 음반인데
레이 브라운의 베이스가 손에 잡힐듯이 들리는 음반입니다.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앨범보다는 이 음반에서 그의 연주가 더 두드러집니다.
재즈가 얼마나 흥겹고 즐거운지 알게 해줄 음반이라 자신합니다.
밀트 잭슨은 가장 유명한 비브라폰 연주자 - 비브라폰은 커다란 실로폰처럼 생겼어요 - 중에 하나입니다.


그 유명한 MJQ(Modern Jazz Quartet)의 중심인물이었으며 현존하는 재즈의 거장 중에 하나입니다.
레이 브라운과 마찬가지로 이름난 연주자 중에 그와 더불어 공연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에요.
저는 특히 어깨가 들썩여지고 발을 구르게 되는 첫번째 곡과 마지막 수록곡을 좋아합니다.


누군가에게 제가 좋아하는 곡을 테잎에 녹음해 선물해 준다면 마지막 수록곡은 이 앨범의
여섯번째 곡 'THAT`S THE WAY IT IS '가 될 것입니다. 밀트 잭슨이 연주 말미에 멤버들을 소개해 주며
마지막에 인사를 하거든요.

 

** THAT`S THE WAY IT IS -

MILT JACKSON QUINTET featuring RAY BROWN

 

 

 

 

시간이 날때면 만화책을 많이 보는데 가끔은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만화를 다시 한번
볼때가 있습니다. 최근에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을 다시 한번 봤습니다.
15권짜리 새 판형으로 나온 거였는데 별 기대도 없이 봤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만화이기도 하고 젊은시절 달달 거리며 외우다싶이 해서 말 입니다.
공포의 외인구단에 나오는 대사의 백미라면 바로 이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등학생 오혜성이 엄지에게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라고
말할 때는 지금의 감성으로는 조금 받아드리기 힘든 어의없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콩알딱지만한 것들이 나도 못해 본 말을... ㅡㅡ;;;
나이가 들어 다시 보니 감성적으로 조금 다르게 느껴짐은 어쩔수 없나봅니다.
어릴때 볼때는 그리 멋진 말이더니.. 애효~~


하지만 읽고 있자니 과연 대단한 만화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만화가 나온 건 그 엄혹한 1980년대 초반이었는데 이런 만화는 그 이전엔 당연히
없었고 그 이후에도 찾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 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다른 만화와는 전혀 다른데 모두들 전혀 다른 이중성을 지니고
있으며 모두들 컴플렉스에 헉헉 대고 무언가에 끊임없이 집착하며 또한 배신을
밥 먹듯이 하고 질투의 화신들이고 승리를 위해 온갖 치사한 짓들도 하고 하여간
모두들 반쯤은 미치광이들로 보입니다.


다른 만화와는 다르게 공포물도 아니면서 읽다보면 오싹하기도 하고 비극적 결말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우리 다같이 죽자' 그러는 거 같습니다.


80년대 중반쯤에 영화도 만들어지고 노래로도 만들어지고 해서 까치의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라는 말이 연인들 사이에 유행어처럼
돌아다녔는데 실재 만화를 보면서 오혜성의 그 말을 듣고 있자면 등골이 오싹해 집니다.


광기어린 눈으로 쏘아보며 이미 결혼한 여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걸 우리들은 흔히
병적인 집착이나 혹은 스토커라고 부릅니다.
한마디로 까치는 내가 예전에 기억하고 있듯이 언제나 멋지고 여자를 무지 사랑해 주고
공도 잘 던지고 기타도 잘 치고 쌈도 무지하게 잘하던 그 까치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본 까치는 무지막지한 스토커일 뿐이었습니다. ㅡㅡ;;;
나이가 들어간다는건 그만큼 세상과 더불어 산다는 얘기의 반증일까요..?
순수하게 봐져야할 글의 대목에서 난 왜 그런 생각들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이런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이런 결말로 끝나는 만화를 보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한국 만화에서는 특히 그런데 이런 캐릭터와 분위기와 결말을 어떤 사회적 상황과
연결시켜야만 설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암울한 분위기는 군사정권이라는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며 예정된 파멸은
얼핏 그 군사정권의 몰락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외인구단의 감독으로 나오는 손 감독은 강함과 승리만을 신봉하는데
특유의 군바리 정신으로 밖에 난 볼수가 없었습니다.


외인구단의 훈련도 야구에 관한 건 별로 없고 삼청교육대 에서나 볼 수 있는
지옥훈련들이 었습니다. 절벽을 기어오르고 떨어져 내리고 발에 족새를 차고
모래사장을 뛰어 다니고 채찍으로 맞으면서 그들은 외인구단이 된것 이였으니 말입니다.
하여간 그들은 야구를 잘하기 위해 야구와는 전혀 관계 없는 것들만 잔뜩 골라
고생을 실컷 하고 갑자기 야구의 도사들이 되는 거였습니다.


복잡한 캐릭터의 양상은 당시군사정권의 일반 시민들의 복잡하고 착잡한 심리상태를
보여주는것도 같습니다. 그당시만해도 옳은 소리 한다고 잡아가는 세상이었으니
속에선 울화가 치밀고 소주라도 한잔 들이키면 무언가라도 때려부숴야 속이 시워해지는
그런 시절이었을 때니 충분히 그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땡뉴스에 늘 주인공처럼 훤한 라이트 하나 달고 나오던 전두환이가 대통령이었던 시절이였으니..
말로 다할수 있겠습니까?


하여간 공포의 외인구단은 이래저래 의미심장한 만화고 한국의 만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작인 것은 틀림 없는 거 같습니다. 팔십년대는 거쳐온 나나 여러분들은 아마 그 누구도
까치와 엄지의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근데 왜 내가 이렇게 만화 얘기를 장황하게 하는 걸까요?
내가 멀 안다고... ㅡㅡ;
하여간 나이들면 는 자기 일도 아니면서 참견도 많아 집니다.


늙으면 꼭 새벽잠이 없어지는것 처럼 말 입니다.
하지만 뭐, 더 이상 재미있는 것을 찾을게 없고 옛날 생각도 나고 그러신다면
이현세의 이 만화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흠... 엉뚱한 만화 얘기를 하다 정작 하고픈 얘기를 소홀히 다루는듯 싶습니다.
만화하니깐 애니메이션이 생각나고 애니메이션 하니깐 또 미야자키 하야오가 생각나고
또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도 생각나고 예전에 해적판으로 봤던 그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며 '붉은 돼지'며 코난이며 토토로며 하여간 동글동글하고 재미나던
그의 캐릭터들이 잔뜩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바로, 아주 당연하게도,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의 이 앨범이 생각 납니다.
초기의 디즈니 에니메이션은 백설공주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동화들을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었는데 그 에니메이션들은 또한 아주 멋들어지고 근사한 음악들을
배경으로 깔고 전개되었습니다.


이 음반은 한창 잘나가던 데이브 브루벡이 그 디즈니 영화의 스탠다드 곡들만을 뽑아
하나의 앨범으로 녹음한 것 입니다. 트랙의 리스트를 보면 알겠지만 곡의 제목만 봐도
괜히 행복해지고 가슴이 설레곤 합니다. 여성분들이 누구보다 더 좋아할 거 같은데


Someday My Prince Will Come...이라는
제목 하나 만으로도 여성분들은 벌써 달콤해졌으리라 생각이 드는데요?... ^^
음악은 더 달콤하고 매력적이며 흥겹고 아름답습니다.
조금쯤 가볍고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대는 재즈를 찾고 계시다면 이 음반을 들어보기를
강력하게 권합니다. 더 이상의 훌륭한 선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 데이브 브루벡에 대해서 잘 모르신다면 조금 오래됐습니다만 
KTF 광고를 기억해 한번 해 보세요. 하긴 KTF없어진지가 오래되어 기억이 안나신다면 어쩔수없지만...
왠 젊은이가 롤러브래이드를 타고 거리를 달립니다.
중년의 아저씨는 그런 그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거래처의 사장이더라...
뭐 이런 광고였는데 그 광고에 쓰였던 멋들어진 음악은 데이브 브루벡의 'TAKE FIVE'라는 곡으로
"TIME OUT"이라는 앨범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재즈 역사에 남는 기록적인 히트반인데 재즈에서 최초로 5/4 박자를 시도한 음반으로
이름 높습니다. 라이너 노트의 첫 문장은 아마 이렇습니다.
'아마도 외계인들이 지구에 와서 재즈를 듣는다면 재즈라는 음악은 전부 4/4박자 인줄로만 알 것이다
' 뭐 이런... 그만큼 재즈에서 4/4박자는 보편적이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어쨌든 데이브 브루벡은 재즈계의 슈퍼 스타 중에 한명이고 그의 음악은 보통 쿨 재즈로분류 됩니다.
상당히 차분하면서 정교하고 예술적이면서도 대중적 입니다.
데이브 브루벡과 오래도록 그의 사이드맨이었던 폴 데스먼드의 색소폰 소리도 같이 들어 보았으면 싶습니다.


Dave Digs Disney = Dave Brubeck Quartet
Original Release Date: June 29, 1957(Columbia)

1. Alice in Wonderland
2. Give a Little Whistle
3. Heigh-Ho! (The Dwarfs' Marching Song)
4. When You Wish upon a Star
5. Someday My Prince Will Come
6. one Song
7. Very Good Advice
8. So This Is Love

 

 

 

 

 

지금 이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람과 사물은 변화하고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있었던 것들이 없어지고, 없었던 것들이 생겨난다. 새로 생겨난 것들도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사라지는 것들은 흔적을 남긴다. 흔적이 흔적인 이유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흔적을 통해서 과거는 현재로 흘러 들어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도 남자의 물건, 혹은 사람들이 애지중지 아끼는 그 무엇의 유형화된 물체(물건)를 통해
풍요로워지기도 하고 황폐해지기도 한다,


내 것, 나만의 것, 나를 위한 것,
소유욕은 강렬하여 질투와 사랑을 능가하고 끈질기기까지 하다,
갖고 싶다는 욕망의 시작에 자기애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개인 개인 모두 특별하지만 우리의 일원이 되는 순간 그 특별함은 평범함으로 달리한다,
사람은 살면서 자기만의 표식을 갖기 원한다, 그래서 남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그 남자만이
가지는 물건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정운 교수가 쓴 남자의 물건이란 책을 읽으면서 뭔가 궤변스럽기도 하고 심리에 대해 전문가라고
떠벌리는 일종의 지식 만용자 같은 느낌을 가졌는데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내 자신을 바라보면서 그토록 정확하게 남자의 현재 상황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사실 김정운 교수는 몇 년 전에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만져야 애정이 생긴다.. 일본열광 등...
몇 권의 책을 통해 약간은 시덥지않은 심리 전문가라는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책 역시 그래서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의 핵심은 삶에 자기 이야기가 풍요로워야 행복한 존재라고 단언한다.
할 이야기가 많아야 불안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한국 남자들의 존재불안 그 이야깃거리가
없다는 데에서 기인한다고...(p12)


그 이야기 거리를 김정운 교수는 10명의 남자들의 물건을 통해서 하나하나 만들어낸다.
(힐링캠프에 출연해서 김제동의 물건(마이크와 야구방망이)을 보고 성적 욕구 불만이라고 했던가?
암튼 그 당시 그의 거침없는 멘트에 빵 터졌었던 기억이 난다)


이 사람이 이렇게 책을 가볍게 쓰는 데에는 문화심리학이란 전공분야이기에 그러지 않았을까?
대중의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고 대중의 눈높이에서 쓸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특히나 거침없는 자기얘기와 실명을 거론한 지인들의 얘기에서 봤을 때 나를 포함해
내 또래 중년들의 느낌은 나이가 많고 적든 다 똑같은 것 같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남자들의 고독과 심리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발칙하게 때론 유쾌하게 풀어내는 반면. 2부에서는 직접 인터뷰를 해서
그 물건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꾸며 나간다.

 

1부 남자에게
올해 쉰이 됐다는 저자는 이 나이 또래 남자들에게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심리현상들을 소개하며
마치 친한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듯 '남자'들에 대해 얘기를 풀어놓는다.
가끔은 아~ 이 사람 심리학 교수였지? 하게 되기도 하는데, 평범한 이웃처럼 늘어놓는 하소연과
개인담 속에 심리학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고도의 전략이다. 쉬운 심리학.
이 사람처럼 이렇게 심리학에 대해 글을 쓰면 누구나 심리학의 매력에 빠져들 것 같다.


2부 남자의 물건
이 책은 이렇게 단순하게 1부와 2부로만 나뉘어 있는데 1부, 2부가 각기 다른 책처럼 분위기를 달리한다.
 1부에서 남자들의 고독과 외로움에 대해 소통했다면, 2부에서는 사회 명사들,
그들만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어령의 책상, 신영복의 벼루, 차범근의 계란받침대,
문재인의 바둑판,안성기의 스케치북, 조영남의 안경, 김문수의 수첩, 유영구의 지도, 이왈종의
면도기, 박범신의 목각수납 통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김정운 교수 생각보다 인맥이 탄탄한 것 같다. 적어도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로 예상해보자면
정치, 사회, 문화,예술에 이르는 이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지녔거나 지녔을 것으로 추정해본다.
여자들의 물건(?)처럼 화려하거나 화사한 그렇다고 자기를 괄시할 만 물건들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남자의 그것들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이야기를 물건을 통해 전달한다.
그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책을 다 읽고 문득 '나의 물건은??'이란 의문을 하게 된다.
막상 떠오르는 것이 없다. 괴롭다. 이건 정말 고민해야 할 문제다.
하나도 없다는 것은 나의 인생이 풍요롭지 않다는 것이고 곧 행복하지 않다는 결말이 나온다.
(적어도 김정운 교수의 말대로라면...)


내게도 풍요로운 매개체를 찾아야 하는 숙제를 받게 된다.
끊임없이 숙제가 주어진다.
아..정말 행복하기란 쉽지 않다. 눼미....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제목이 마치 장사꾼처럼 미끈하게 혀를 녹이듯 만들어 놓은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책 판매 마케팅을 너무도 생각해 만든 것 같아 같이 늙어가는 입장에서
꼭 책을 한 권 사줘야만 할 것 같은 불쌍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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